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존폐문제가 세무사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를 막기위해 세무사회가 온힘을 쏟았다. 우여곡절 끝에 폐지안은 국회에서 폐기됐다. 그런데 작년에 페지를 시도하다 물 먹은(정부입장) 세법개정안이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꿈틀거리면서 세무사업계의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단초는 정부의 2015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안이었다. 정부는 지난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2015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안)'을 확정, 의결하면서 특히 금년부터 의무화된 예비타당성조사와 심층평가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간 감면액 300억원 이상인 조세지출을 신규로 도입하는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여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고, 연간 감면액 300억원 이상인 조세지출의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경우에도 심층평가를 실시해 성과 부진시 폐지 또는 재설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연간 600억원이 넘는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 역시 평가대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폐지가 추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번째 단초는 세무사회가 제공했다.

이 계획을 입수한 세무사회는 세무사신문을 통해 즉각 회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세무사회는 재경부가 조세지출평가서 작성 대상에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포함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 세무사들이 발끈했다. 신문에서 이런 사실을 알려주면 제도변경에 대처,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부 세무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조세감면과 관련 타당성조사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매년 하는 것으로 ‘의례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왜 분위기를 폐지하는 쪽으로 몰고 가느냐”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세무사회가 ‘너무 오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업계 최대의 임의단체인 세무사고시회 역시 지난 5월 1일 문창용 세제실장을 만나 최근 일부 조세전문언론에서 ‘기재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 재폐지 의도를 드러냈다’고 세무사회가 주장했다는 보도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자 “조세지출 기본계획은 관련법령에 따라 매년 수립 발표하는 자료로 이를 근거로 재폐지하려고 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무사회와 조세언론이 정부에서는 생각지도 않는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를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런데 5월 4일. 문창용 세제실장이 세무사고시회와의 만남에서 말한 내용이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재폐지는 없다’는 톤으로 전파되자 세제실은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여부에 대해 결정된바가 없다”는 것.

아뿔사.

이로써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문제는 논의가 중단 된지 1년도 안되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해 버렸다. 그것도 정부의 공식문서(보도참고자료)로 확인됐다. 세제실장 입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여부를 언급했고, 또 결정된바 없다고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지어야하는 현안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제실 입장에서는 어떤 구실을 삼아서라도 이 문제를 수면위로 띄우고 싶었는데 오히려 세무사 업계에서 문제를 삼아주니 솔직히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의 심정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다가오는 세무사회장 선거 때문 일 것이라고 추론된다.

지금 세무사업계는 친 정구정 회장과 그렇지 않은 반대파로 ‘쩍’ 갈라져있다. 그리고 지금 세제실장 출신 세무사가 차기 회장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후보를 정구정 현 회장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무사회가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 움직임을 거론하는 것은 이를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는 후보가 전직 세제실장일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꼼수이며, 이런 형태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게 반대 진영의 논리로 전해진다.

‘反政(반정)’세무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론이 나오면 전직 세제실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테고, 이럴 경우 미운 정 회장의 생각대로 선거판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세제실은 그런 생각을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시회와의 만남에서 문 실장의 발언은 정 회장의 의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시회의 승리다.

그런데 왠지 개운치가 않다. 또 정 회장의 수(數)에 말려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회장으로서는 어떻게든 우리의 제도를 지킬 수 있는 곳은 세제실이고, 또 '전직 세제실장 출신이 최고다'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는데, 결국 현직 세제실장까지 움직이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는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든 그렇지 않든 세무사업계에서는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는 것.

그렇다면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선거용이며, 오버한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대로 조세지출기본계획은 매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조세지출과 관련한 ‘예비타당성조사와 심층평가업무’는 올해부터 의무화된 것이다. 매년 의례적으로 보고되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 비과세감면의 조정과 함께 조세분야의 중요한 메인정책이다. 물론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는 전자신고세액공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면제도들도 있다는 점에서 이것만 쏙 빼내 폐지운운한 것은 좀 오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정부의 조세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세제실에서 매년 수립되는 의례적인 자료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가의 중요정책을 폄하하면서까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한다.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폐지된다면 정부는 연간 647억 원에 이르는 세수를 올릴 수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에 정말 위기가 닥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선거의 ‘소모품’일까.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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