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석 의원, 소득세법 개정안(연말정산 보완대책) 통과에 대한 입장
이른바 연말정산 보완대책이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1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세부담이 늘어난 5500만원 이하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공제제도를 이리저리 끼워 맞춘 누더기 입법이요, 소급적용을 통해 추가 환급까지 해주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의 말이다.

박 의원은 “당리당략만을 앞세운 정부와 여당의 밀어붙이기 입법 앞에 조세의 원칙과 기준은 속절없이 허물어져 이후에도 두고두고 부작용과 후유증을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소회했다.
왜 박 의원은 이런 걱정을 할까. 박 의원이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지적한 문제점이다.
먼저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세부담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해 각종 공제를 억지로 짜맞추다 보니 원칙도 기준도 없는 누더기 세제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율은 12%, 13%, 15% 등으로 제각각이고, 동일한 세액공제라 하더라도 급여 5500만원을 기준으로 공제율을 달라지기도 하며, 근로소득세액공제는 급여수준에 따라 한도액이 4개로 구분되는 등 어지러울 정도로 세제가 복잡해져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5500만원 이하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제제도를 억지로 바꾸는 것은 물론 소급적용을 통한 사후 환급해주는 특례까지 포함하면서 마치 소득 5500만원이 세금부담이 늘어나지 말아야 되는 일종의 기준선이 되어 버렸다”고 통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이 하나의 전례가 되어 앞으로는 5500만원 이하자의 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세법개정은 세법개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고, 당장 비과세 감면 정비 등 정기국회의 세법심의에서부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5500만원은 애초에 정부가 연말정산 방식의 변경을 추진하면서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언했던 기준이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이지만 매년 세수결손이 10조원이 넘고, 30~40조원씩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재정여건에서 합리적 이유도 없이 5500만원을 기준선처럼 한 것은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현재 전체 봉급생활자 중 5500만원 이하자가 인원수로는 전체의 84%, 금액으로는 전체 급여총액의 5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조건에서 5500만원 이하자에 대해 세부담을 한 푼도 늘이지 않으려고 이처럼 뒤죽박죽의 세금체계를 고안하고, 소급적용까지 하게 되면 향후에 그 후유증과 부작용은 이만저만 한 게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이번 소득세법 개정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거의 절반이 면세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근로소득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면세자 비율은 그동안 꾸준히 줄어들어 2013년의 면세자는 512만명, 전체 근로소득자의 31.2% 수준이었는데, 바뀐 연말정산 방식으로 인해 740만명, 전체의 45.7%로 급증한데 이어, 이번 보완대책으로 40만명의 면세자가 추가로 늘어나면서 면세자 비중은 48.2%로 높아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과세기반 확대는 조세형평성 제고와 함께 애초 지난 2013년에 연말정산 제도 개편의 핵심 취지였지만 면세자 비율을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결과가 되면서 과세기반 확대라는 애초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다른 소득자의 세금감면 요구도 분출할 수 있어 두고두고 우리 세제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소급적용을 통해 사후 환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과 국세청은 사실상 또 한 번의 연말정산을 할 수 밖에 없어 막대한 행정비용이 초래되는 것은 물론 세법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끝으로 이번 개정안은 세부담이 늘어난 5500만원 이하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실제 이들에 대한 세부담 경감액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원래부터 세부담이 경감된 계층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액이 훨씬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 의원은 실제 이번 개정안으로 모두 4560억원의 세금경감이 예상되는데, 이중 세부담이 늘어난 5500만원 이하자에 대해 경감액은 1636억원, 36%에 불과하고, 나머지 2924억원, 64%는 바뀐 연말정산 제도로 인해 애초부터 세금부담이 줄어든 소득자에게 추가로 경감해주거나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경감액으로써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특히 추가 환급에 따른 재정결손에 대한 우려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형평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좀 더 부담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면서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은 자기 세금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봉급생활자만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진정한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금 몇 푼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것이며, 포퓰리즘 경쟁이 아니라 조세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