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에세이]

29명의 세무서장 후보들이 또 탄생했다. 올 들어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공무원 직급으로 4급(서기관)에 오르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이들은 선배 세무서장들이 명예퇴직을 하면 그 자리를 이어받아 꿈에도 그리던 세무서장에 임명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자들이다. 

이들 세무서장 후보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반인들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궁금증만큼이나 이들은 다양한 이력과 세월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9급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국세청에서 세무행정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과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공무원의 시작을 5급에서부터, 그리고 세무대학을 나와 8급부터 시작한 경우 등 아주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세월의 간극은 무려 19년이라는 숫자로 나타났다. 57년생 서기관과 76년생 서기관의 공존이었다. 

한 분은 고교를 졸업하고, 9급 공채 시험에 합격해 국세공무원의 길을 걸었고, 한 분은 고교와 대학을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공무원의 길을 걸어온 경우로 서로가 처한 환경에 의해 각기 다른 등용문을 통해 국세공무원이 된 이유만큼이나 세월의 간극도 그만큼 크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누가 더 백성들을 잘 챙기는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이 될 것인가라고 따질 수는 없다. 이들 모두 조직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 세무서장으로 부임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승진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무서장 자리가 지역의 납세자들과 그리고 세무서 직원들에게 군림하는 자리가 아닌 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복(公僕)이라는 생각까지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 점은 어쩌면 사족(蛇足)이다. 

‘57년생 서기관과 76년생 서기관, 19년의 터울’. 이 경우는 말 그대로 현존하는 등용문을 달리해 국세공무원이 된 경우여서 벌어진 세월의 간극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같은 등용문(세무대학)을 통해 국세공무원이 되었음에도 무려 10년이나 차이가 난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세무대학 1기와 10기가 동시에 승진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 1기의 승진이 늦은 것인지, 아니면 10기의 승진이 빠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세청 서기관 승진인사에서 놓칠 수 없는 한 단면으로 다가왔다. 

다행인 것은 까마득한 후배 10기의 승진을 세무대학 출신 선배들이 하나같이 ‘손색없어!’라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9년의 터울, 그리고 같은 등용문을 통해 입사했음에도 10년 후배와 같이 세무서장 자격을 얻었을 수밖에 없는 눈앞의 현실.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인사(인력)구조이자 치열한 승진전쟁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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