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29대 한국세무사회 임원선거가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서울세무사회 정기총회를 겸해 첫 테이프를 끊었다. 19일 중부세무사회. 26일 대전세무사회까지 각 지방회별 전국순회 투표로 진행된다. 첫날 서울지역 세무사들의 투표율은 79.5%, 2년전 70.0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회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날 첫 투표가 시작된 서울지역은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또 회원들의 표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후보자들에겐 중요한 선거였다. 그래서 그들이 준비한 연설문 역시 최고의 육성으로 회원들을 향해 포효했다.

이날 후보들이 사자후를 뿜으며 토해낸 소견문은 찢어진 세무사회원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화합과 단합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목을 끈 것은 예상대로 3선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마디로 ‘몰매성 비판’이었다.

이날 연설의 순서대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후보는 손윤 후보였다.

그는 “‘3선 문제를 자신이 3선으로 해결하겠다’라는 것은 세무사회 발전은 뒷전에 두고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칙에 없는 3선은 한국세무사회 역사의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고도 했다.

손 후보는 이어 “도도하게 흐르는 세무사회의 물이 더 이상 거꾸로 흐르게 하면 절대 안된다. 어떤 명분도 순리에 역행하는 것은 가뜩이나 일거리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무사의 희망을 꺾는 배임행위이고, 꿈을 빼앗는 횡령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이것은(3선) 명분도 실리도 없는 개인의 욕심에 불과한 구태의 연속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면서 그동안 자신의 출마와 관련한 비화를 공개했다.

“평소 제가 존경하는 조용근 전 회장님께서는 저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소통하는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되라고 수시로 격려해 오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슨 영문인지 갑작스레 제 곁을 떠난다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며칠 뒤에 회장선거 출마를 선언하셨습니다. 이윽고 삼고초려라는 초라한 명분을 밝히더니, 저와 함께 한국세무사회의 미래를 도모하자고 하던 몇 분 참모들이 그 옆에 서 계시더군요.”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면 회장 후보 연설시간을 할애해 이런 ‘비망록’을 밝혔을까. 그의 마음속 ‘눈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또한 본회 임원 등이 엄정한 중립의무를 해태하고 특정 후보를 도운 것은 물론 3선을 하겠다는 후보를 서울회와 중부회 일부 몰지각한 임원들이 지원하고 있는 것도 ‘도긴 개긴’이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어 또다른 비망록을 꺼냈다.

그는 “또다른 후보는 2년전 3선저지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제가 공탁금까지 포기하고 밀어드렸던 후보인데,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나오시어 우스꽝스런 분으로 얼마니 급하셨는지 어제는 선거법을 위반하는 문자를 전 회원에게 보냈다”면서 날을 세웠다.

이어 단상에 오른 백운찬 후보 역시 3선을 겨냥했다.

백 후보의 비판은 간명했다. “3선을 하려는 것은 회원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그렇게도 3선을 반대하던 분이 3선을 하겠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백 후보의 연설에는 자신이 나서서 문제의 회칙을 개정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그 말을 했더라면 3선 후보의 출마명분이 사라질 텐데”라는 회원들의 뒷말이 나왔다.

이창규 후보의 3선 비판은 너무 아팠다.

이 후보는 2년전 정구정 회장의 3선저지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이 후보는 “과거(2년전)에 3선을 반대했던 분이 이번 선거에서 본인까지만 3선을 하고 다시는 누구도 3선을 하지 못하게 그리고 (회칙을)자신만이 고치겠다고 궤변을 가지고 출마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 부끄럽고 비정상적인 형태의 고리를 잘라버리자”고 호소했다.

세 후보들의 3선에 대한 맹공에 조용근 후보는 어떻게 답했을까.

조 후보는 “그렇잖아도 그동안 만난 회원들이 ‘왜 나왔느냐’ 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나를 끌어내었겠느냐.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3선을 반대한 사람인 저를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저는 그 눈물을 보았기에 결심했다. 지금은 잘 나왔다. 정말 저의 뜻은 아니었지만 나오고 보니 잘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무사회가 정말 시끄럽다. 3선, 저도 죄를 범한 죄인이다. 그래서 3선을 명확하게 2번만 하되 평생 4년만 하도록 회칙을 고치고 싶다. 그 역할을 하겠다. 그래서 세무사회의 모습을 과거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이날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전은 ‘3선논란’이 최대의 이슈였다.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 3선후보일까. 3선을 싸잡아 비난하는 후보들 중 한명일까. 비판받는 자 비판하는 자 모두 세무사회의 발전을 위한 충정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회원들의 표심이 결정한다. 그 결정에 승복하는 것 또한 후보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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