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금품수수 직원 공직추방은 100중 63명…음주운전 추방은 '0%'
국세공무원이 금품수수로 인한 징계보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징계를 받는 건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은 이들 100명 중 63명은 공직에서 추방됐지만, 음주운전으로 공직에서 추방되는 중징계를 받는 경우는 사실상 ‘0%’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년~2020년 6월)간 음주운전으로 총 106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금품수수로 인한 징계는 68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이들은 2016년 31명에서 2017년 34명으로 늘었다가 2018년 22명, 2019년 12명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까지 6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음주운전으로 공직추방(해임)된 단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직강등·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공직에서 추방되는 사례는 0.009% 사실상 0%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금품수수로 인한 징계를 살펴보면 2016년 31명, 2017년 9명, 2018년 12명, 2019년 13명, 올해 상반기까지 3명 등 총 68명이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았는데, 이 중 43명(63%)이 공직에서 추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음주운전보다 더욱 중징계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파면 25명, 면직 12명, 해임 6명 등 43명이 공직추방됐으며, 25명은 감봉 12명, 견책 7명, 정직강등 6명으로 나타났다.
◆ 세무서직원, 음주운전 후 측정거부하다 1km 끌려간 경찰관…현재까지 ‘의식불명’
이렇듯 국세청의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인 것일까. 국세청은 직원들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감찰활동과 더불어 음주운전 예방교육 실시, 음주운전 근절대책 추진 등 여러 장치를 두고 있지만, 국세청의 음주운전 문제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된 만큼 전국에 퍼져있는 2만여 국세공무원들의 음주운전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에서도 중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지방국세청 산하 A세무서 소속 직원이 지난 6월 음주운전을 하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자 이에 불응해 도주해 현재 직위해제돼 대기발령 중에 있다. 해당 직원은 당시 혈중알콜농도 0.08%인 면허취소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관할경찰서 지구대 A경위가 음주측정을 시도하자 이를 거부해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A경위가 문짝에 매달린 채 1km 가량을 끌려가다 아스팔트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고 9월경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도 의식불명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징계령에 따른 음주운전 징계기준에 의하면 A세무서 직원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로 상해 또는 물적 피해의 경우 해임-정직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17년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B세무서장이 관용차를 끌고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현장에서 음주측정에 불응해 체포되는 등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도 있었고, 지난 2019년에도 중부국세청 산하 세무서장이 음주운전과 관련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 음주운전 징계기준은?
이처럼 국세청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국세공무원에 대해 즉시 징계의결을 요구해 징계처분해야 하는데, 징계처분이 끝난 후 승진임용 제한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기준에 따르면 최초로 음주운전을 한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미만이면 정직-감봉이,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및 음주측정 불응의 경우 강등-정직으로 처리된다.
2회 음주운전을 하면 파면-강등,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파면-해임의 징계를 받는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강등-정직, 음주운전을 하면 파면-강등이다.
음주운전으로 상해 또는 물적 피해를 일으키면 해임-정직이며, 사망사고의 경우 파면-해임이고, 물적피해 후 도주하면 해임-정직, 인적피해 후 도주하면 파면-해임의 징계처분을 받는다.
아울러 운전업무 관련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면 파면-해임,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해임-정직의 징계가 내려진다.
한편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고도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 신분을 속이고 무직이라고 진술하는 등 경찰청으로부터 직원들의 음주운전 사실을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경찰청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244명의 국세공무원 중 107명(43.8%)은 공무원 신분을 속여 국세청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몰라 징계처분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이들 중에는 그대로 퇴직하거나 승진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현재는 음주단속에 걸리면 경찰의 신원조회로 음주사실을 입력하고 범죄가 확정되면 해당 소속 기관으로 통보가 되도록 시스템이 개선된 상태다.
◆ 음주운전 근절 ‘해결책’은 없나
한 국세청 직원은 “지역이 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자차를 활용해야만 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외진 곳으로 발령받아 가면 개인차량을 이용하면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감찰활동과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음주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국세공무원의 업무특성이 아닌 개인적인 일탈이기 때문에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상사와 동료들이 모두 함께 저녁 회식 자리를 갖는 횟수도 줄어드는 추세고, 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코로나 사태로 술자리가 사라지면서 조직의 업무차원의 음주운전 적발보다는 개인적인 일탈로 인해 적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아울러 “코로나19로 모임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연말이 되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술자리 약속으로 인해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잡기 위해 더더욱 강도 높은 예방과 감찰활동을 실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