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2심 모두 국세청 손 들어줘…지난 10월 말 대법원에 상고장 접수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회사가 있다. 시가총액 47조7200억원의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3사 합병소식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과거의 부정적인 시각을 벗어내고 있다.
그런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의 132억원대 증여세 불복소송을 진행중이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회장은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사건은 최종심인 대법원의 심리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어떤 이유로 끝까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셀트리온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주식 95.51%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그리고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을 20.02%로 지배하고 있다. 또한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을 11.21%로 지니고 있다.
이렇듯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셀트리온의 주식은 셀트리온홀딩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특수관계법인의 위치에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유방암 치료제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등을 셀트리온으로부터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판매했는데, 셀트리온의 매출액 중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매출액이 2012년에는 94.57%, 2013년에는 98.65%에 달했다.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의 거래비중이 연매출 30%를 넘기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를 과세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서 회장이 증여세를 내야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과세논리다.
이에 서정진 회장은 구 상증세법에 따라 남인천세무서에 증여의제이익에 대한 2012년 귀속 증여세 116억7500만원과 2013년 귀속 증여세로 154억1000만원을 신고·납부했다.
이후 서 회장은 2014년 10월, 상증세법에 규정된 지배주주에 해당하지 않고 해당 거래를 통한 이익이 증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국세청에 증여세를 환급해달라는 경정청구를 했으나, 국세청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주식 직접 보유 안 해…지배주주 아냐”
서정진 회장은 크게 3가지의 주장을 펼쳤다. 증여의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고, 지배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며, 증여세 과세요건인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의 부존재 등이다.
먼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사이의 거래가 일정비율을 초과하기만 하면 거래의 성격과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정상거래비율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이중과세·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의 결과를 초래하고, 이익 증여 목적의 거래와 정상적인 거래를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는 등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돼 지배주주 등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를 증여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의 지배주주는 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주주’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서 회장은 셀트리온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지배주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수요독점적인 지위에서 셀트리온에 일감몰아주기라는 기여를 한 것이 아니므로 증여세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재판부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자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돼”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 조항에서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특수관계인과 수혜법인 사이의 거래가 있으면 수혜법인은 지배주주 등이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 중 일정 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증여의제이익의 계산에 관해 규정하고 있어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또,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사이 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에게 발생한 이익에는 정상적인 거래에 따른 소득,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특수관계법인이 제공한 사업기회의 경제적 가치 등이 혼재돼 있어 증여와 증여가 아닌 부분을 분리해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일괄적으로 증여로 의제한다고 설명했다.
정상거래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 역시 경제여건, 거래실태, 거래성질, 사회통념 및 제반 법제도 등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세정책상 탄력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음이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배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정한 소득의 재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우려가 있는 거래형태의 억제를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또한,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보유하는 자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며, 2012, 2013년말 기준 셀트리온의 최대주주 중에서 직접보유비율이 가장 높은 자는 법인인 셀트리온홀딩스이고, 셀트리온에 대한 직접보유비율과 간접보유비율을 모두 합해 계산한 비율이 가장 높은 개인은 서정진 회장이라고 덧붙였다.
즉 서정진 회장의 간접보유비율이 2012년 26.74%, 2013년 21.22%이므로 셀트리온의 지배주주로서 증여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는 것.
아울러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수혜법인이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일정한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고법은 서정진 회장이 주장하는 다른 요건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일감몰아주기 규정 적용여부를 판단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지난 10월 말 대법원에 접수됐고, 서정진 회장은 태평양의 변호사들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