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장으로 영전한 세제실장들. 사진아래 내용은 역대관세청장들의 재임기간이다. [사진출처: 관세청 홈페이지]
관세청장으로 영전한 세제실장들. 사진아래 내용은 역대관세청장들의 재임기간이다. [사진출처: 관세청 홈페이지]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의 두뇌 집단이라하면 역시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세제실이라고 하면 행정고시 출신 중에서도 최고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곳이다. 이들의 수장인 세제실장의 경우 나라의 곳간지기로서의 세금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자리로서 앉았다하면 영전하는 정부부처 요직 중 요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세제실은 예전만 못하다. 경제정책 중에서도 세금정책으로 나라살림의 근간을 짜내는 세법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곳이고, 세제실로 쏟아지는 경제계의 건의서만 해도 밤샘 작업은 일쑤였다. 그만큼 고생하고 인정받는 자리였지만 최근에는 반복되는 누더기 세법개정에, 국회에서는 ‘소소위’를 열어 밀실에서 주고 받기식으로 처리해버리니 정치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으로 인해 야심차게 만들어 놓은 개정안이 반대논리로 인해 법안으로 탄생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세무조사 녹음권, 국세에 관세포함 등)도 많았고, 최근에는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의 실패 논란과 대주주 3억원 무산 등 잇따른 논란이 이어지자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사직서를 내는 등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과거 세금정책이 전문가(세제실)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세금이 정치화되면서 국회의원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다. 당연히 세제실의 위상 또한 급전직하했다는 평가다.

이렇듯 세제실 위상이 예전만 못한 탓일까. 과거 세제실 수장인 세제실장들은 승승장구해왔다. 역대 세제실장의 실장 직후 보직을 살펴보자.

제1대 김용진 실장은 관세청장으로 영전했고, 5개월 뒤에는 재무차관으로 올라서 국가의 재정정책을 주물렀다. 2대 이근영 실장은 한국투자신탁 사장으로, 3대 강만수 실장은 관세청장으로, 4대 윤증현 실장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5대 남궁훈 실장은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6대 김진표 실장은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7대 이용섭 실장은 관세청장으로, 8대 최경수 실장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하고 조달청장으로, 9대 김영룡 실장은 국방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국방부 차관으로, 10대 이종규 실장은 국세심판원장으로 영전했다.

11대 김용민 실장은 조달청장으로, 12대 허용석 실장은 관세청장으로, 13대 이희수 실장은 국제통화기금 이사로, 14대 윤영선 실장부터 15대 주영섭 실장, 16대 백운찬 실장, 17대 김낙회 실장까지 4명은 모두 관세청장으로 영전했다. 관가에서는 세제실장으로 고생한 보답성격의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세제실장들에 대한 배려는 김낙회 실장을 마지막으로 최근 세제실장의 영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18대 문창용 세제실장은 2015년 말 캠코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후 19대 최영록, 20대 김병규 세제실장의 경우 각각 세무법인 한길택스의 고문,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세제실장 출신으로서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현 임재현 세제실장을 제외하고 역대 20명의 세제실장 중 8명(40%)이 관세청장에 임명되었고, 관세청장이 아니더라도 차관급 영전은 당연시되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영전은 ‘옛말’이 되었고, 퇴직 후 ‘무항산 무항심’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어떤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이근영 실장은 지난해 7월까지 DB그룹 회장을 역임했고, 강만수 실장은 지난 2018년 대우조선 관련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징역5년2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 중이다.

김진표 실장은 제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장, 수원시무)으로, 이용섭 실장은 제13대 광주광역시장으로, 김영룡 실장은 E1의 사외이사로, 김용민 실장은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로, 허용석 실장은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으로, 이희수 실장은 EY한영 부회장으로, 윤영선 실장은 법무법인 광장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백운찬 실장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원우회장으로, 김낙회 실장은 법무법인 율촌 고문, 강원랜드 비상임이사, 중기중앙회 관세행정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영록 실장은 세무법인 한길택스 고문, 김병규 실장은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