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앞두고 박철완 상무 특수관계 해제 공시…경영권 분쟁 이어갈 주가 변동 동력은 무엇?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곳은 어김없이 주가는 뛴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故 박인천 회장의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창업주 차남인 故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 박철완 상무가 반기를 들면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그러나 분쟁으로 보지 않는 것인지 아직 서막이 오르지 않은 탓인지 '조카의 난'을 예고한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탄력의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2일 기준 금호석화 주가는 전일종가 24만4500원에 6000원 오른 25만500원에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22만5000원 대비 11% 오른 셈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장 마감 후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 공동보유 관계 해소"를 선언하며 이를 알리고,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했다.
다음날인 28일 금호석화 주가는 최고가 28만8000원을 찍으며 28%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24만7500원으로 떨어진 채 이달 들어 이틀째 영업일인 2일 현재 뚜렷한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 상무는 지난달 26일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 있는 주식 304만6782주(10.0%)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 및 대표보고자 변경으로 신규보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상법에 따른 주주제안권의 행사 기타 관계 법령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주주로서 권리 행사를 하겠다고 알렸다. 상법상 특수관계인은 주주제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주주 지위를 얻어 독자 행보에 나선 것이다.
특수관계 해제 선언과 동시에 지분율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박 상무가 당장 다가오는 3월 중 열리는 주주총회에서의 금호석화 경영권 확보를 위한 불씨를 당긴 셈이다. 이로써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주총에서 양측은 세력 확보를 위한 우군 결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상무는 현재 6.69%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보다 개인 보유지분율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가 가진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등을 합치면 박 회장 일가 지분은 14.84%로 최대주주의 지분율보다 약 5% 많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서를 통해 사외이사, 감사 추천과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석화의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7명의 사외이사 등 총 10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이번 3월 주총을 앞두고 문동준 대표이사, 정운오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5명이 임기가 만료된다. 박 상무가 이사회 장악을 위해서는 과반 이상인 6명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지분율로는 이사 교체를 위해 상장주식 3분의 1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특별결의 통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특수관계 독립을 선언한 마당에 박 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율보다 낮은 상황에서 박 상무를 지원해 줄 뚜렷한 우군 세력의 공식적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했던 과거 사례와 다르게 금호석화 주가가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주춤한 데에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뚜렷한 동력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중견 건설업체 IS동서가 최근 5개월에 걸쳐 금호석화 1000억원어치 규모의 금호석화 지분 3~4%를 사들인 것을 놓고 박 상무 측의 우호 세력으로 추정하고 있다. IS동서 오너인 권혁운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공격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동생이다. 재계에서는 IS동서가 이사진 선출 과정에서 박 상무를 지원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한달 여 남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지분 경쟁은 본격화될 가능성을 놓고 볼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증권가에서는 배당확대정책 등의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주가 급등을 점치고 있다. 업계는 금호석화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조3059억원, 2505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9%, 1315.3%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박 회장 입장에서는 '조카의 난'이라 불리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인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작고 이후 장·차남까지 형제 경영은 순탄했지만 박 상무의 부친인 차남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작고하자 3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았다. 이 때부터 동생인 4남 박 회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내 ‘형제의 난’의 원인은 박삼구 회장이 65세가 된 2010년에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형제들간의 합의를 깨고 아들 박세창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려 한 것이다.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형제들끼리 합의한 서류 내용을 수정해가며 갈등이 심화됐고,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 당시 그룹의 위기를 우려해 형에게 강력히 만류하였으나 묵살당했다. 동생의 예언대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자 형제간 갈등은 치열해졌고 형은 독단적으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켰다.
박 회장은 형의 갑질과 무능한 경영으로 그룹을 위기로 몰았다며 형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벌였고,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등의 지분을 처리, 조카와 손을 잡아 석유화학 부문을 떼어내어 계열분리를 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