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사 속에서 막을 내린 ‘세대1기생’들
5~6기 ‘본청 진입자’ 줄어 승진 후보군 ‘전멸’
국세청에 입문하는 국세공무원들은 9급공채, 혹은 7급공채, 행정고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세청에 임용되는데, 그중 특이한 것은 ‘국립세무대학’ 출신자들이 8급 특채로 임용되어왔다는 점이다.
세무대학은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국가예산으로 운영됐다. 졸업하면 세무공무원으로 임용됐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세대 출신의 많은 세무공무원들이 국세청의 주요 요직에 임명되는 등 많은 이들이 활약해왔다.
특히 비고시 출신임에도 바늘구멍이라는 국세청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하나 둘 나타나며 5000여명에 달하는 세무대학 졸업생들과 국세공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급, 7급 출신 등 비고시 출신들의 ‘희망사다리’가 되어왔다.
최근 서울지역 세무서장 중 90%에 가까운 이들이 세무대학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그들의 전성시대가 온 듯 했으나, 사실상 고위직으로 승진할만한 인재들은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대 1기 중에서는 김재웅 전 서울청장과 김한년 전 부산청장이 고공단 가급인 ‘1급’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고, 권순박 전 대구지방국세청장도 지방청장을 역임하며 고공단 나급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국세청에 남아있는 세대1기생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 세대1기생이었던 구제승 전 광명서장, 배민규 전 서부산서장, 정재윤 전 잠실서장이 지난 연말 명예퇴직하면서 이제 국세청 최고참 세대출신은 2기생이 되었다.
세대 2기 중에서는 김형환 전 광주국세청장이 지방청장을 역임했고, 이청룡 대전국세청장,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현재 고위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세대 3기들도 최시헌 전 대구국세청장, 김진호 국세청 근로소득지원국장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세대3기 중에서 7명(박광수, 김성환, 이응봉, 현석, 이한종, 정종식, 김진호)이 국세청 본청 과장급으로 발탁되면서 고위직 승진 발판을 다져놓으며 세대 전성시대를 이루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높여갔고, 일부가 고위직으로 승진하면서 후배들을 위한 길을 만들어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대 4기부터 ‘인재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대 4기 중 고공단으로 승진한 인물은 김재철 서울청 조사3국장, 이판식 부산청 징세송무국장 등 2명이다. 이어 부이사관으로 고공단 승진을 바라보고 있는 백승훈 서울청 납보관 등 딱 3명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5기중에서는 이미 고공단으로 승진한 장일현 전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국방대 교육)에 이어 양동구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부이사관)이 고공단을 바라보고 있다.
국세청에서 고공단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부이사관으로 승진해야 하고 또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본청 전입’이 매우 중요하다. ‘본청에서 고생한 이들=승진 대상자’로 볼 수 있고, 이들 중에서도 전원이 승진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청 전입자가 많아야 인재풀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본청에 있는 이들 세대 5기 서기관은 강승윤 장려세제신청과장, 김길용 부동산납세과장, 장신기 대변인, 박광종 징세과장 등 단 4명뿐이다.
세대 6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6기 중에서는 한경선 조사2과장 단 한 명만이 본청 과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부이사관 승진 재원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6기 중에서도 김진우 송파세무서장, 최회선 서울청 조사3국1과장, 이세협 중부청 조사3국 조사관리과장 등은 지난 인사에서 본청으로 배치됐어도 무난했을 인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7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본청에 근무 중인 7기는 이은규 국세청 기획조정관실 국세통계담당관 한 명이다. 장병채 양천세무서장, 김태우 인천청 조사2국장 등이 본청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세무대학 후배들의 아쉬움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9월 기준으로 살펴볼 때 국세청 2만1000여 공무원 중, 서기관의 수는 약 350명(4.5급 포함)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4급으로 승진한 세대 출신은 약 140명으로, 10명 중 4명이 세무대학 출신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행정의 최고위직인 고공단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인 본청으로의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세대 출신들은 ’잘해야 세무서장인가‘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