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년 가을 정부가 내놓은 변호사들의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개악안이라면서 세무사들이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지난 `19년 가을 정부가 내놓은 변호사들의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개악안이라면서 세무사들이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2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의 세무사법 개정(세무사자동자격폐지) 규탄대회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2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의 세무사법 개정(세무사자동자격폐지) 규탄대회 모습이다.

세무사법이 제정된지 60년이 지났다. 1961년 9월9일 세무사법 제정 이후 반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격사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골은 점점 깊어져 반백년 숙원이었던 ‘1자격 1명칭’을 이루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들의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변호사와 세무사간의 업역 다툼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 1960년대 정부는 혼란스러웠던 세무행정을 바로잡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이를 처리할 전문가, 즉 ‘세무사’ 제도를 도입시켜 전문가를 만들어냈다.

제1회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단 ‘4명’. 4명의 등록으로 시작한 세무사가 어느새 1만3000여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물론 60년대 초반 4명의 전문가만으로는 세무 업무를 위한 인력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는 세무사의 수를 늘리기 위해 세무사시험 합격자 외에도 변호사, 회계사, 교수, 국세공무원 등 다양한 이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다. 부족한 세무사 수를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자격증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세무사 제도가 생겨나고 11년 뒤인 1972년 석·박사·대학교수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가 폐지됐다.

이렇게 세무사법이 처음으로 개정되면서, 세무사시험 합격자, 국세행정 10년 이상 근무 등 공무원, 공인회계사, 변호사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개정에 개정을 거쳐 하나 둘 자동자격 부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큰 변화를 겪는다. 2003년 말, 세무사 자격이 생긴지 42년만에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명칭 사용 금지와, 변호사의 세무사업무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당초 만들어진 법안은 자동자격조항에 변호사와 회계사를 폐지하는 것이었지만, 변호사 출신이 많이 포진된 법사위가 개정안을 뜯어고치면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없지만, 회계사는 회계사법에 따라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을 하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은 부여받아도 세무대리업무는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본격적인 자격 관련 싸움이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2011년 말에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부여가 완전히 폐지되었고 세무사법에 남은 것은 ‘세무사시험 합격자’와 ‘변호사’만이 남게 됐다. 세무사들은 하나 남은 변호사에게 부여되는 세무사 자동자격을 없애기 위해 10년 간 노력해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2007년 17대 국회에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 개정안을 제출했고, 기재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지만 번번히 개정안 통과에 실패하면서 임기만료 폐기로 사라져왔다.

그래도 세무사들은 희망이 있었다.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변호사(사시34회) 출신의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세무사 자격을 덤으로 주는 과거와 같은 자격이 아닌 온전한 자격사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18대 국회, 19대 국회에서도 연이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서 의원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그리고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20대 국회(2017년 말) 들어와서 통과했다. 물론 법사위가 통과시켜준 것은 아니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로 바로 올려 국회의원 다수의 동의를 받아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세무사 제도창설 56년만의 일이었다.

이에 따라 세무사법 개정안에는 세무사 등록은 ‘세무사자격시험 합격자’만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1자격 1명칭을 완성하면서 끝날 것만 같았던 변호사와의 싸움이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앞선 2014년 사시46회의 A변호사는 2008년 세무대리업무등록을 하고 세무대리를 하던 변호사였다. 2003년 법개정으로 인해 2004년 이후 변호사는 세무대리업무등록이 불가능했는데, 국세청이 이를 받아들여 세무대리를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세무대리를 하던 A변호사는 갱신기간이 다가와 2013년 국세청에 갱신신청을 냈는데, 국세청이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등록을 거부했다.

A변호사는 즉각 법원에 세무대리업무등록취소처부 취소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고, 고법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내 사건은 헌재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오랜 기간 심의끝에 2018년 4월26일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선입법 시한은 2019년말이었다.

여기서 또다시 불붙은 세무사와 변호사간의 싸움이 지속돼 2019년까지 법개정은 커녕 양측의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였고, 개정안이 나왔다 하더라도 2020년 결국 입법공백 사태를 맞게 됐음에도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못해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임기만료로 개정안이 폐기됐다. 세무사들은 세무사법에서 정하는 8가지 세무대리업무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 두 가지를 변호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변호사들은 모든 세무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세무사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회계학을 공부하지도 않아 전문성도 없는 변호사들이 모든 세무업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사는 왜 있는 것이냐고 반발했고, 반대로 변호사들은 기존 변호사의 업무를 떼어준 것이므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기재부, 법무부, 대법원까지 그 싸움이 크게 번지는 양상이 되자 세무대리업계는 자조섞인 말로 “의사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물으라더니 세무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냐”며 “법을 안다고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면, 의료법 공부하면 수술도 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말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변호사들이 세무사 자격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8가지 모든 세무대리를 하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 아니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의 싸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6년 A법무법인은 외부세무조정제도에 변호사를 포함하라며 헌법소원을 제기(추후 헌재가 통합심의)했고, 2018년 사시 합격자 등은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지난해에는 변호사 합격자 4인이 세무사 자동자격부여 폐지 위헌 소송을 내기도 했고, 대한변협은 서울국세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간접강제 이행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툼이 이어져왔다.

한편 등록조항이 사라지자 세무사로 등록할 수 없게된 신규 세무사 자격 합격자들은 정부가 임시적으로 내린 유권해석에 따라 임시관리번호를 부여받아 세무대리를 시작했고, 세무대리를 하려는 변호사들 역시 실무교육조차 받지 않은 채 임시관리번호로 등록해 세무업을 시작했다.

현재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회(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변호사 출신의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제외안에 반대하며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기재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다 한들 법사위를 통과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업계간의 싸움을 종식시킬 ‘특별법’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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