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회관서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 개최

이성범 변호사 “한국은 자동차, 철강 등 탄소집약적 제조업 위주, 타격 있을 것”
전중훤 회장 “탄소세‧배출권 거래제 이중규제 해법 제시한 북유럽국가 참고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여름 디지털세와 탄소국경세 등 다국적‧수출기업 대상 국제조세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제조업 수출을 중심으로 한 우리 기업의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오전 9시부터 OECD 산하 경제자문기구 BIAC 한국위원회(위원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차원으로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를 개최하고 탄소국경세와 디지털세 등 국제조세 확대 동향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디지털세란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어 탄소국경세란 EU가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를 말한다. 작년 12월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 따라 탄소중립 생태계로의 전환 지원을 위한 ‘기후대응기금’ 조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금 조성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탄소세 도입과 에너지세 개편을 제시해, 연내 탄소세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이경근 박사가 ‘OECD 최근 조세 관련 논의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경근 박사가 ‘OECD 최근 조세 관련 논의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날 ‘OECD 최근 조세 관련 논의 동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경근(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디지털세와 탄소국경세 모두 자국 기업이 아닌 다국적‧수출기업이 대상인 국제조세로서 수출주도 한국경제에 직격탄”이라고 우려했다.

이 박사는 “현재 OECD, EU와 더불어 다자무대로 돌아온 미국 등 주요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국제논의 동향을 보면 올여름 디지털세와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조세의 도입 규범(가이드라인)이 확정돼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 작년 7월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OECD 차원의 규범 마련이 논의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여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EU가 ‘18년 처음 제시한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해 올해 7월에는 규범도 확립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그간 디지털세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다자주의 선회 정책으로 디지털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및 미국식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이 박사는 “OECD는 디지털세 규범 확립 시 세계적으로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의 세수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탄소국경세의 경우 EU집행위는 50억~140억 유로(약 6조8000억 원~19조 원), 미국은 약 120억 달러(13조3000억 원)의 연간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성범 변호사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무역통상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성범 변호사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무역통상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무역통상 대응 방안’ 주제발표에 나선 이성범(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논의되는 디지털세의 경우 매출액을 기준으로 규모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에 글로벌 대기업들에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탄소국경세는 모든 탄소집약적 상품에 부과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세보다 과세 대상 기업의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산업이 제조업 기반이고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에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상품이라면 유럽지역 수출 시 탄소국경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한국의 경우 특히 자동차나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집약적 제조업에서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린피스가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EY한영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도입 시 2023년 한국기업들이 미국이나 EU,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는 약 6100억 원으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조8700억 원까지 증액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탄소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과 함께 2015년부터 시행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연내 국내 도입이 예상되는 탄소세까지 이중‧삼중의 규제 부담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경근 박사는 “기업들로서는 국내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과 동시에 탄소세 도입, 이밖에도 수출기업은 곧 확정될 해외 탄소국경세까지 삼중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탄소세 도입은 세제의 역진성 및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 정부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조세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의 합리적 사용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중훤(글로벌기업 조세재무임원협회) 회장은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병행 운영하는 북유럽국가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현재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는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운용하면서도 산업부문 이중규제를 해결하고자 탄소세 감세 및 환급정책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특히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는 상한(ceiling)을 설정해 에너지와 탄소세 부담이 총매출 및 총부가가치 대비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정용, 건물용, 수송용 연료에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 산업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종류의 조세특례 조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탄소세로부터 거둬들인 세수입을 사회보장기금 부담, 소득세와 법인세 경감 등에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탄소세는 저소득층이 탄소세 부과에 따른 파급효과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역진적 특성이 존재하는 만큼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소득 보조 등에 탄소세 수입을 활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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