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추진비 1300만원, 관서업무비 1400만원 편성
실제 3~12월까지 10개월간 사용액 ‘315만8000원’
전년도 1400만원 사용보다 약 1000만원 감소 추정
국세청 본청 조사국은 국세청의 공평과세 실현과 납세자의 성실신고 유도를 위해 ‘세무조사’를 통해 움직이는 곳이다. 그렇기에 국세청 그 어느 조직보다도 조사국의 업무추진비가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5일 세정일보가 국세청 조사국장의 2020년 3월~12월 업무추진비 현황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총 315만8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월의 경우는 공개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해 제외한 액수다.
정부가 업무추진비의 과다책정, 부정사용, 비자금 활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범위를 장·차관에서 실·국장급까지 확대하면서 작년 3월부터 국세청장 외에도 국장들의 업무추진비가 공개됐다.
업무추진비란 무엇일까. 일반 기업들에 판공비가 있다면, 국세청에는 업무추진비가 있다. 1993년 이전까지는 정부도 업무추진비를 판공비라고 불렀다. 공무, 즉 나랏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쓰고 영수증을 첨부해 업무추진비 항목으로 분류한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활동 등 영수증을 첨부하기 어려운 업무관련 비용은 특수활동비로 구분한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자료를 살펴보면 업무추진비는 집행목적·일시·장소·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용도를 명확히 해야 하며, 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과 이름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일종의 업무추진비 실명제다.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를 발급받아 활용한다. 회사의 법인카드와 같은 것인데, 클린카드는 공무원이 유흥업종, 레저업종, 사행업종, 기타업종 등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카드다. 원칙적으로는 공휴일과 주말, 관할근무지가 아닌 지역, 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도 사용할 수 없지만 증빙자료를 통해 품의를 받는다면 사용할 수 있다.
업무추진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외빈 초청 경비나 해외출장지원경비, 공식회의 및 행사경비 등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식음료비, 연회비 및 기타 제 경비 등 ‘사업추진비’와 각 관서의 대민·대유관기관 업무 협의, 당정협의, 언론인·직원 간담회 등 관서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와 체육대회·종무식 등 공식적인 업무추진에 소요되는 ‘관서업무추진비’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시하고 회의나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하면서 외빈 초청 혹은 직원들의 체육대회 등 행사가 많이 사라지면서 업무추진비의 사용이 전년보다 대폭 감소했다.
실제로 조사국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2020년 예산으로 사업추진비와 관서업무비를 해마다 편성해온 금액인 1300만원과 1400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즉 큰 틀에서 업무추진비만 2700만원이 편성되는 셈이다.
물론, 전년도인 2019년의 경우 사업추진비는 800만원, 관서업무비는 600만원을 집행하며 총 14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조사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공개되지 않은 1~2월을 제외하고서도 315만8000원을 사용하면서 예산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20일 부임한 임광현 조사국장은 3월에 조사기획과와 조사2과 직원소통 간담회, 조사국 과장 간담회, 조사분석과 팀장 간담회 등 간담회만 4차례 가졌고, 4월에는 세원정보과 팀장 간담회, 조사국 과장 간담회, 조사기획과 팀장급 간담회 등 3차례의 간담회를 가졌다.
5월에도 국제조사과·조사2과·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 팀장 간담회와 조사분석과 직원 소통 간담회 등 4차례의 간담회를, 6월에는 조사국 과장, 조사기획과 팀장 간담회 2차례, 7월에는 조사2과 직원소통 간담회 1차례, 8월에 조사1과 직원소통 간담회 1차례 등 직원들과 과장·팀장급과의 간담회만 15차례를 가졌다. 여기에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186만5000원으로 한 번의 간담회를 열 때마다 12만4000원 가량의 식사비용(전부 식당사용)을 사용한 셈이다.
또한 이어서 9월 4일 부임한 노정석 조사국장도 대부분 식사비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9월에 조사기획과 팀장 간담회를 한 차례 가졌고, 10월에는 국정조사 기간 고생하는 조사국 직원들 120여명을 격려하기 위해 치킨을 구매했으며, 11월에는 조사국 보도자료 설명회와 조사국 과장 간담회 등을 가지며 총 129만3000원(12월 사용액 없음)을 사용했다.
물론, 업무추진비를 적게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잘한 것만은 아니며, 많이 썼다고 해서 잘 못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업무추진비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고, 업무관련성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만큼 정부부처의 ‘쌈짓돈’, 혹은 ‘혈세낭비’라는 인식도 강했다.
일례로 모 부처의 국장은 지인과 식사자리에서 본인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하고 실무진에게 영수증만 갖다줬는데, 실무자는 국장한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없어 관계자 회담이라는 이유로 주변 과장들을 참석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공개된 국세청 조사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 직원과의 소통 차원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용처는 전부 식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간식을 제공하는 등으로도 사용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대외활동에 사용되는 금액이 줄어들며 업무추진비 액수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예산보다 적게 사용해 남은 업무추진비는 불용처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