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시가 앉을 수 있는 곳…차장 제외 사실상 3곳 뿐
본청 전산정보관리관, 개인납세국장, 소득지원국장
국세청 본청은 세종시에 위치해 있다. 어느 부처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국세청도 승진하기 위해서는 본청에서 고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하위직에서 빠른 승진을 위해 하는 소리이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가서도 국장급으로 승진한다면 ‘1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본청의 어떤 국장 자리를 꿰차느냐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다.
똑같은 고공단 나급(2급)이라 하더라도 지방청장으로 승진한다면 대부분이 1년 뒤 퇴직하는 순서를 밟기 때문에 본청 국장직은 ‘인사가 만사’인 국세청 조직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로 꼽힌다.
그렇다면 국세청 본청 국장들은 어떤 인물로 임명돼 왔을까. 13일 세정일보가 최근 5년(2015년 말~2021년 현재)간 국세청 본청 고공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개방직으로 운영되는 납세자보호관을 제외하고 67명 중 겨우 9명(13.4%)이 비고시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세청 국장급 중에서 기획조정관, 감사관, 국제조세관리관, 징세법무국장, 법인납세국장, 자산과세국장, 조사국장은 행정고시 출신자만 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장, 전산정보관리관, 개인납세국장, 소득지원국장 자리에만 비고시 출신이 임명되었다는 것이다. 국세청 차장의 경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오랜기간 차장직을 지낸 김봉래 차장과 2016년 개인납세국장을 지낸 김세환 국장, 지난해 전산정보관리관을 지낸 오덕근 국장이 7급 공채 출신이었다.
특히 개인납세국장은 2018~2019년 연달아 8급 특채인 세무대학 출신의 국장들이 임명됐는데, 김형환 국장(세대2기), 권순박 국장(세대1기), 최시헌 국장(세대3기)이 개인납세국장을 지냈으며, 소득지원국장에는 2016년 김한년 국장(세대1기), 2020년 이청룡 국장(세대2기), 2021년 현재 김진호 국장(세대3기)이 비고시 출신이었다.
2014년 국세청 차장으로 올라선 김봉래 차장은 당시 임환수 국세청장이 ‘희망사다리’이자 신화로 쓰였던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차장을 제외하고 국장직에 어떤 인물이 앉는지 살펴보면 정보화 업무 총괄의 ‘전산정보관리관’, 부가가치세 업무 총괄의 ‘개인납세국장’, 근로장려금 업무 총괄의 ‘소득지원국장’에만 비고시 출신이 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세청의 칼날이자 권력의 핵심인 ‘조사국장’, 그리고 부동산, 주식 등 양도와 상속증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자산과세국장’, 국세청의 브레인인 ‘기획조정관’, 대한민국의 모든 법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법인납세국장’, 국세징수 업무를 총괄하는 ‘징세법무국장’, 역외탈세정보 등 국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조세관리관’은 오직 행정고시 출신만이 임명돼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조직은 ‘행시천하’라는 말이 나오는지를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