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세무서, 3시간 동안 민원인 100명 돌려보내고…경찰 출동하고

직원들, “신고율 저조? 불만족 신문고? 국세청은 무엇이 두렵나”

사진은 지난 6일 김대지 국세청장(우)이 수원세무서 소득세 도움창구를 방문,  이법진 수원세무서장(좌)으로부터 신고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6일 김대지 국세청장(우)이 수원세무서 소득세 도움창구를 방문, 이법진 수원세무서장(좌)으로부터 신고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나 57년 8월생인데 왜 창구 신고 안해주냐?” “1시간 걸려 왔는데 홈택스에서 하라고 안내문 하나 주고, 창구업무 안 한다고 돌아가라고 하면 그만이냐?”

5월 `20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기한을 맞아 일선세무서 직원들과 납세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세무서에서는 하루 단위로 경찰까지 불러 납세자들을 상대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신고서 작성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일선 세무서 소득세 신고창구에서는 매일 납세자와 직원 간 고성이 오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신고창구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노약자 등 직접 신고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 방문자에 대해서만 도움창구에서 안내토록 하고 있다.

신고 기간인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신고창구를 운영하는 대신 ‘종합소득세 장애인·65세 이상 노약자 도움창구 안내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들에 대해서만 신고 서비스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외에는 홈택스를 통한 전자신고 및 세무대리인을 통한 신고를 권장하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홈택스를 통한 전자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 분리과세 모두채움신고서 제공, 단순경비율 모두채움 신고 확대, 모바일·ARS 신고 확대,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 간편신고를 지난해보다 대폭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홈택스를 통한 전자신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여전히 세무서를 방문해 직원의 도움을 받아 종소세 신고를 하려는 납세자들이 몰리면서, 이들과 직원 간의 고성과 마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서 관계자는 “ARS(신고창구 미운영) 등 안내에도 불구하고 세무서를 방문하시는 납세자분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돌려보내느라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관서는 거의 매일 경찰이 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신고취약계층에 대한 설명을 드려도 “임대소득 수 천만원 있는 고령자가 사회적 약자냐”고 따지는 등 형평성 자체를 논하실 경우에는 사실 답변드리기 무거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일까?

국세청 본청은 신고 막바지인 이제와서야 “신고서 작성도움을 탄력적으로 해주라”는 태세전환의 입장이 담긴 내용을 일선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이면에는 실질적으로 납세자들을 상대하는 세무서와 업무지침만을 내려보내고 보고받는 청과의 갈등이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일선세무서 직원들이 ‘창구의 탄력적 운영’이라는 본청의 뒤늦은 지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본청 입장에서는 영세납세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신고창구를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는데, 이는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납세자가 세무서를 방문하는 경우 세무서 동시 수용 인원 등을 고려해 코로나19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신고도움을 주자고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서는 ‘업무는 다 일선에 주고 청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들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같은 월급 받고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이고, 코로나로 인해 부가세 신고기한이 연장되면서 본청도 고충을 겪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청에서 실수하는 부분들을 다 참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국세청 전산망에서 납세자별 소득을 한 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화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도 힘들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겨 왔다”고 답답한 마음을 서술했다.

그는 “소득세과 직원들 한두명을 제외하면 전부 창구에 가 현관 밖에서 사람을 돌려보내거나 신고창구에서 신고를 도와주고, 창구 업무가 없을 때는 쏟아지는 전화 받으며 매일같이 들어오는 불만족신문고에 답변 달고 업무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고기한이 절반도 넘게 지난 시점에서 ‘창구의 탄력적 운영’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또 3시간동안 민원인을 100명이나 돌려 보내는 등 마감기한이 다가올수록 늘어나는 민원인을 상대하기 버거운 현실적 환경에 대해서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신고율이 저조해서 그러는건지 불만족 신문고들이 무서워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청의 책임회피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납세자들을 매일 직접 상대하는 일선 세무서 직원들을 제발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국세청 직원은 “애초에 설계를 할 때 고소득자 위주로 제외해 나가는 걸로 순차적으로 서비스 대상을 특정해 가야하는데, 성급하게 고령자와 장애인만 해주는 걸로 대상을 한정한 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이 내용을 내부지침으로 만들어 일종의 ‘신고 도움 서비스’에 대해 고시를 한다든지 했다면, 직원도 납세자도 사전에 예측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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