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기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원경희 현 회장과 김상현 탑코리아세무법인 회장, 임채룡 전 서울세무사회장이 본등록과 함께 기호를 받으면서 선거전이 본격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업계는 세 후보 모두 ‘세무사회장감으로 손색이 없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기호추첨장에 나타난 후보들은 세 사람 모두 신뢰와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 마스크와 당선에 대한 강한 열망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원경희 현 회장은 지난 `19년 재선을 노리는 이창규 전 회장을 큰 표 차이로 꺾고 단숨에 회장직에 올라 현 회장의 프리미엄을 업고 순탄한 재선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업계의 최대 현안인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걸출한 두 명의 도전자를 만나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호 2번을 받은 김상현 후보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라는 강점에 국세청에서도 추진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해낸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회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국세청 재직시절 드물게 청와대 인사과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조직관리의 전문가로 알려져 세무사회장직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01년 임향순, 2007년 조용근, 2015년 백운찬 등 국세청 출신 고위직들의 경우 ‘출마즉당(출마즉시당선)’이라는 고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점도 표심을 자극하면서 등록과 함께 자신감이 충만되어 있다는 전언이다.
기호 3번 임채룡 후보는 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다. 2전3기로 서울세무사회장에 당선될 당시 발품판 걸음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그는 서울회장을 4년 재임하면서 아직 회장직 명함의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는 전남 여수 출신으로 호남의 명문 순천고를 졸업한 인재로 현재 문재인 정부내 인맥풀이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회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임 후보는 직전 선거에서 무려 3천여표를 획득하면서 회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김상철 전 윤리위원장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원경희 현 회장의 대항마로 우뚝 섰다는 평가다.
▶국세청 고위직 ‘출마즉당’의 역사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는 2000년대 들어 걸출한 스타 정구정 전 회장의 등장으로 국세청 출신과 비관서 출신으로 양분되는 역사로 분리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1999년 당시 세무사회장이던 구종태 전 회장(세무서장 출신)의 재선에 도전장을 던진 정 전 회장은 ‘꿩 잡는 게 매다. 국세청 출신들이 이루어 놓은 게 뭐가 있느냐’고 사자후를 토하며 선전을 펼쳐 업계에 깊이 각인됐다.
그러나 2001년 다시 고위직 출신인 임향순 전 회장의 등장으로 그는 또 한차례 무릎을 꿇었다.
임향순 전 회장은 2003년 정구정 전 회장에게 석패했다. 약간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했다. 당시 표차이는 겨우 27표였다. 2년간 와신상담해온 임 전 회장은 다시 회장직을 찾아온다.
그리고 2007년 세무사회는 다시 대전국세청장을 지낸 조용근 전 회장이 혜성같이 나타나 단숨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며 국세청 고위직 ‘출마즉당’의 기록을 이었다. 당시의 상대는 정구정, 정은선 후보였다. 이후 조 전 회장의 재선은 무투표였다.
이어 정구정 전 회장이 3선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풍파를 딛고 내리 4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2015년 백운찬 전 관세청장이 나서 단숨에 당선되면서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출마즉당’의 역사를 이었다.
▶두려운 재선…세무사 회원들은 시대를 읽는다
세무사회장 선거는 국내 정치판보다 더 뜨겁다는 평을 듣는다. 그만큼 유권자인 회원들의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다. 즉 회원들의 정치적 판단이 빠르고 실속파라고 분석한다. 최근 들어 직전 두 회장의 연거푸 재선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는 것.
구종태 전 회장 연속 재선, 조용근 전 회장 연속 재선, 정구정 전 회장 연속 재선(3선)의 역사를 뒤로하고, 2015년 고위직 프리미엄으로 압도적 표차이로 당선된 백운찬 전 회장의 어이없는 재선 실패가 좋은 예다. 그는 회원 간의 화합에 실패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어 2017년 백운찬 전 회장을 꺾고 당선된 이창규 전 회장 역시 재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원경희 현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현 회장이 3자 대결에서 3등을 하면서다. 그만큼 세무사 회원들은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의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이번 선거 역시 세무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지부진하면서 원경희 회장에게는 두려운 재선의 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