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흔들리고 있다. 철옹성 같기만 하던 국내 정치판이 2030세대의 반란에 가까운 몸무림으로 기득권 세력의 원조격으로 불리던 국민의힘을 30대 젊은 후보가 당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며 흔들어 놓고 있다. 그러자 진보정당으로 자처하던 민주당도 우리도 자칫 젊은이들로부터 꼰대정당으로 낙인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뤄지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전이 본격 레이스를 시작한 가운데 세무사회 역시 정치판의 바람처럼 새바람 새인물이 등장하여 회권교체를 이뤄낼지, 현 회장의 무난한 재선으로 귀결될지에 세무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시대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세무사업계는 변호사들에게 세무사시장을 '통째로 내어주느냐 아니면 지키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느냐가 최우선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기존의 생각이 다른 회직자들끼리 엎치락 뒤치락 회권을 차지하면서 기득권화 되어온 세력의 재집권을 용인할 것인가도 또다른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기존 회직자들이 아닌 국내 정치판의 2030세대들이 떨치고 일어나듯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냐를 가름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부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즉 현 회장의 재선이냐, 기존 회장의 체제(28버전의 연속)를 엎어야 한다는 임채룡 후보의 선전이냐, 세무사회직에 떨어져 있던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김상현 후보가 당선되어 세무사업계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 내느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선은 ‘없다’…재선은 ‘쉽다’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는 원경희 현 회장의 재선도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앞선 두 전직 회장(백운찬, 이창규)들의 경우 모두 재선을 자신했지만 추풍낙엽처럼 도전자에게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회무 차원에서 살피면 전전 회장이던 백운찬 씨는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놓고 전직 회장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점수를 까먹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창규 회장의 경우는 현재 세무사업계를 누란지위에 빠뜨린 원인인 변호사들에 대한 세무업무진입을 제한하는 헌재 결정이 세무사들에게 불리하게 나오게 한데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두 전직 회장은 이런 이유와 함께 세무사업계의 정치구도가 겹치면서 낙선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재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원경희 회장의 경우도 자유게시판을 없애면서 회원들의 소통을 차단했다는 지적과 2년전 출마당시 변호사의 세무사업계 진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공약했으나, 관련 세무사법은 여전히 국회 기재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야권 후보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재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두 전직 회장의 경우처럼 재선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정구정 전 회장의 경우 재선(3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듯 높았음에도 숨은 회원들의 표심은 정 전 회장의 3선을 허락했고, 앞서 조용근 전 회장은 무투표로 재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선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김상철과 손잡은 ‘임채룡 후보’ 반정(反鄭)에 성공할까

현 원경희 회장에 반기를 든 후보는 현재 두 명이다. 먼저 기호 3번 임채룡 후보다. 그는 직전 서울세무사회장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의 최대 이변이라고 불리는 김상철 전 서울회장의 손을 잡으면서 선거전 초반 기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김 전 서울회장은 직전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무려 3천여표를 획득하면서 회원들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김 전 회장이 출마를 고사하고 임채룡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김상철 전 서울회장의 특정세력에 의한 회무장기집권을 종식하겠다는 소신이 이번 선거에서 실현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전 회장은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세무사회가 10년 이상 특정인과 그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재임 회장이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몰아내는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임 후보와 김 전 회장의 경우도 현 집행부와는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판과 비교하면 2030세대의 시각에서는 소위 세무사업계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상현 후보의 경우 새인물이다.

▶김상현 후보의 싹다 바꾸자…통할까

다음으로 기호 2번 김상현 후보(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세무법인 탑코리아 회장)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인 임향순, 조용근, 백운찬 등 전직 회장들은 출마 즉시 당선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김상현 후보 역시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에서 즉시 회장감으로 불린다. 그는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회심속을 묵묵히 파고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현을 지지하는 회원들의 경우 ‘전임 집행부든 현 집행부든 세무사회는 늘 싸움박질 하는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번에는 무조건 새 인물로 뽑아 새로운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화합없이는 세무사법 개정안도, 회원들의 위상제고도 다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거막판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현재 세무사회장 선거구도는 ‘3파전’이다. 현 회장과 두 야권후보간의 대결이다. 저마다 당선을 자신한다. 현 회장은 세무사법 개정안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하던 사람이 쭉해야한다면서다.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두 야권후보는 2년동안 못한 것을 2년 더 한다고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현 회장이 아닌 어떤 새 회장이 와도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회권교체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들의 표심은 이론보다는 감성과 친소관계, 회권과의 정치적 역학관계, 출신지역 등에 더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세무사회 선거를 오랫동안 지켜본 회원들의 경우 지난 2003년 재선을 노리던 임향순 전 회장이 도전자 정구정 전 회장에게 단 27표 차이로 패한 것은 당시 제3의 후보였던 오혁주 전 대전국세청장(당시 77표)과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면서 그 전례를 떠올리면서 막판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의 적지 않은 장점과 회무를 확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야권후보 모두 세무사회의 개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고, 또 더 큰 인물이 양보라는 배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배포 큰 두 후보의 ‘막판 극적인 단일화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코로나지원금은 위력적일까?…‘고무신’일까?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에서의 또다른 물밑 변수는 현 집행부가 지급하고 있는 ‘코로나지원금(20만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선거의 매표를 위한 회무라면서 70년대 박정희 정권때의 ‘고무신 선거’가 기억난다는 말까지 하면서 대놓고 악담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에 그나마 어려울 때 회가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회원들의 말과는 달리 속내는 아마도 이번 선거전의 보이지 않는 ‘최대 복병’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회원들을 고무신 선거때의 수준으로 보느냐는 반발심리가 작동할 수도 있다는 분석과 원경희 회장의 회무가 섬세하다는 평으로 엇갈리면서다.

한편 세 후보 모두 공약하고 있는 실적회비 등 회비인하와 관련해서는 회무 운영의 전반을 잘 모르는 회원들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회비가 많다라고 할 수 있지만 회무를 아는 회원들의 경우 ‘현 정부의 퍼주기 공약과 다름아니다’라는 지적들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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