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예산정책처, 지역‧성‧연령‧소득분위별 성인 2502명 응답결과 분석
우리 국민들은 복지확대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지지하지만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세에서 자신이 아닌 부자나 기업이 내는 세금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는 ‘눔프’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복지확대나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약 20만원의 추가 세금 납부 의사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예산정책연구 10권2호에 게재된 ‘한국인의 복지 및 기본소득 관련 증세 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성별, 연령별, 소득분위별로 연구비례 할당한 성인 2502명의 응답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복지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단 기본소득의 경우 기존 복지를 축소하거나 세금 인상이 동반되는 경우 반대가 지지를 앞섰다. 또한 복지 확대와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증세에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으나, 증세의 대상은 본인이 아닌 고소득층과 기업 등 타인을 지목하는 눔프 현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지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응답자가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사회지출을 줄여야한다는 입장은 16.2%에 불과했다. 복지증세에 대한 태도도 찬성은 59.5%, 반대는 40.5%였다.
본인을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는데에는 24.1%가 동의한 반면, 고소득층에게 더 세금을 거두어야한다는데는 73.6%가 동의하고, 반대는 9.4%에 불과했다. 복지증세시 선호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상, 재산세 인상, 조세감면 축소와 지출구조조정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세와 소비세같이 본인이 과세대상이 될 수 있는 세목의 인상은 선호하지 않았다.
복지확대든 기본소득 도입이든 이를 위해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세액은 평균 잡아 연 20만원 내외(중위값은 연 10만원 내외)였으며, 복지확대의 크기 변화와 추가 담세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기본소득의 경우 기본소득의 수령액수에 비례해 추가 담세액이 늘어났다. 단, 기본소득 수령액의 10% 정도만 세금으로 납부할 의사를 보이고 있었다.
아울러 복지와 기본소득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관련 증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복지 및 기본소득 증세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정부신뢰도, 조세부담감, 이념 성향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보다는 부동산 자산액이 증세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자산이 많을수록 증세와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증세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시민들조차 실제 세금으로 납부하겠다는 액수는 매우 적다”며 “사전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증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하며 복지지출을 빠르게 늘리며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2019년 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에서 누진적 보편증세의 원칙 하에 법인세율과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정책의제로 제시했고, 현재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맞이해 재난지원금 등 유사 복지성 현금지출을 늘리면서 여권에서 증세론이 머리를 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에 대한 증세법안을, 이원욱 의원은 부가세 1~2%p 인상안을, 윤후덕 의원은 증세방안 공론화 제기,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사회연대세 도입,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본소득을 위해 탄소세, 국토보유세 등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재정지출 소요에 따라 필요한 증세를 단행하고 납세자의 순응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일 것”이라며 “증세에 대한 국민적 순응을 확보하려면 정부는 부패하지 않고 세금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쓴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하고, 국민개세의 원칙을 견지하고 세부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 소득 증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득이 늘면 세수는 더 빠르게 늘고, 동일한 사회보장 수준에서 고소득계층의 세부담 의사액이 크게 높다”며 “동일한 사회보장, 동일한 기본소득을 받으면서도 납세 희망액은 5~6배 차이가 났다. 증세를 위해서라도 경제활성화, 자산형성 지원 정책, 궁극적으로 중산층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정치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게 국가경영 능력을 높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연구 회귀분석 결과에 의하면 정부 신뢰 다음으로 증세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변수는 진보적 이념 성향이었다. 증세 태도 형성에 미치는 진보적 이념 성향의 중요성은 소득이 높아질 수록 강해졌다.
복지국가인 스웨덴을 예로 들면서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 선명한 이념 때문에 장기집권하면서 스웨덴 복지국가를 만든 것이 아니다. 정부의 질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덕분에 진보성향의 시민 비율 또한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며 “스웨덴 국민도 증세를 좋아하지 않지만, 복지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조세 순응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이유다. 증세를 위해서라도 진보정치세력의 이념 과잉을 덜어내고 국가경영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