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에세이]

“회원님들께 기쁜 소식을 보고합니다. 1만여 세무사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안을 막아냈습니다.” 2014년 1월 어느 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 장의 팩스 전통문이 세무사 사무실로 날아들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일까?  

지난 10년 동안 세무사들의 작지만 실질적 ‘권익과 권리’라고 인식되어온 ‘전자신고에 대한 세액공제와 지급명세서에 대한 세액공제’가 폐지된다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는데도 1만여 세무사들의 반응은 너무나 조용하다. 

세무사들 개개인 속마음은 어떤지 정확하지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담담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의 방법으로 과세표준신고를 납세자 또는 세무대리인 등에게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소득세.법인세 건당 2만원, 부가가치세 건당 1만원을 공제해 주는 것으로 세무대리인에게 연간 400만원, 세무법인에게는 연간 1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반대급부로 주어진다. 

또 지급명세서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는 근로.퇴직.기타소득 지급명세서를 국세정보통신망으로 제출시 제출인원 1명당 100원(일용근로자는 300원)으로, 연간 200만원 한도(세무법인은 연간 300만원)내에서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2012년의 경우 한해 이 두 제도로 세무대리인과 납세자들에게 공제된 금액은 약75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물론 세무사들로부터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무사들끼리 만나면 “차제에 서면신고를 해버리자. 그러면 힘들어지는 것은 국세청일 것이다. 그동안 세무사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본 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등 격한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반응들은 고작 ‘술자리 푸념’으로만 들린다. 소위 이름깨나 알려져 있는 업계의 인사들조차 자기 이름으로 된 성명서(聲明書) 하나 없다. 그리고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라는 흔한 칼럼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또 그 유명한 세무사업계 임의단체들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겨우 세무사고시회장이 ‘일부 회직자들이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는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 정도만 들린다. 

회원들이 이러니 이를 저지해야 할 세무사회 집행부도 꼭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회원들에게 보이기는 커녕 아예 대놓고 ‘어렵다’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세무사회가 회원들에게 밝힌 공식입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과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세수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을 폐지.축소한다는 청와대의 방침에 따른 것이어서 세무사회가 반대하기에는 난관이 예상된다”는 것. 그리고 제도가 유지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수사(修辭)가 전부다.  

한마디로 정부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행부로서는 차후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어서 도무지 힘을 쓸 수 없는 형국이라고 ‘엄살’을 피우는 것이 맞겠지만 회원들 입장은 분명히 달라야 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세무사들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제도인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과거 같았으면 “반드시 철회시켜야한다. 제도가 성공하자 세액공제를 없애는 것은 명백한 토사구팽이다. 세무사회장은 직을 걸고라도 막아내야 한다. 노력도 해보지 않고 안된다는 말부터 먼저 하느냐”는 등 격한 표현들이 쏟아지면서 업계가 들썩들썩했을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 세무사자격 특성상 정부에는 반기를 들지 못해온 패배주의가 더 깊어진 때문일까? 

두 가지 기류가 읽힌다. 

‘어려울 것이다’라는 패배주의와 ‘집행부에서 알아서 하겠지“하는 방임형이 첫 번째다. 

세무사 업계의 미래를 논하겠다고 출범했던 ‘세무사미래포럼’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집행부에는 이야기를 해봐야 회장이 남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어떤 건의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집행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반응이었다. “손발 묶어놓고 (회장 혼자)‘독야청청’하는데 달리 뭐 할 말이 있겠느냐”고도 했다. 

두 번째는 현 집행부에 대한 ‘기대’다. 세무사회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에서 하는 일을 세무사들이 떠들면서 반대해봐야 이로울 게 없다. 아마 정구정 회장이 물밑 작업을 잘 하고 있을 것이다. 3선 출마 당시 국회의원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무사들의 업역을 지켜내겠다고 한 약속을 회원들 대다수가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옳거니!! 결국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라는 세무사들의 중요한 권익이 흔들리는데도 이렇게 조용한 것은 1만명이 목소리를 높여 정부의 개정안에 흠집을 내는 것보다는 ‘꿩 잡는 매’인 정구정 회장이 조용히 국회의원들의 힘을 빌려 “막아내겠지”하는 속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그 속마음의 문구는 “회원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보고합니다” 라는 ‘낭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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