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위헌적 세무사법 폐기될 때까지 계속 헌법소원 제기할 것”

헌법재판소는 지난 15일 변호사 합격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세무사법 조항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 결정에 헌법재판관 5인은 기각, 즉 합헌이라고 판단했으며, 재판관 4인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무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구인들은 2018년 1월말 사법연수원 47기로 수료하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과 같은해 4월20일 제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자, 2020년 4월 제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자 등은 세무사 자동자격부여 폐지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냈다.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합헌 결정을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반대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단 한명만 위헌이라고 주장했어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큰 파장 생길 수 있었다. 이들은 결정문에서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 합헌 의견 5인 “변호사 세무대리 국가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공익이 더 크다”

먼저 자동자격 폐지가 합헌이라 본 이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세무사시험에 응시하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함과 동시에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마련된 조항”이라며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므로 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말했다.

먼저 △변호사가 세무나 회계 등과 관련한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하여 변호사에게 반드시 세무사의 자격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호사에 대하여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국가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 △세무사법은 세무사 제도가 정착되고 세무대리시장의 수급이 안정됨에 따라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대상을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현행법상 실무교육에 더하여 세무대리업무에 특화된 추가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서는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점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를 하는 것 외에는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업무의 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었으나, 이러한 불이익이 위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위헌 의견 4인 “기장·성실신고확인 제외 6가지 세무대리, 원래 변호사 전문성 인정되는 업무”

반면 자동자격 폐지가 위헌이라 본 이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면적으로 제시된 입법목적과 달리,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세무서비스 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념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의 협력의무 이행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그러면서 “설령 입법목적을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고 파악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변호사에게는 세무사로서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업무 전반에 관해 전문성이 인정되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세무사법 제2조 각호에 열거되어 있는 세무대리업무 중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원래부터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되어 온 업무들이라며,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는 다른 세무대리업무들에 부수한 업무이자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기초가 되는 업무일 뿐만 아니라,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6개월 이상의 실무교육 등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위 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하되, 추가 교육 이수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면서 “자격제도의 속성상, 입법자로서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실제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당해 직업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지식 등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면 모두에게 자격을 부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무사법상 규정된 세무사제도의 목적과 세무사의 사명 등을 고려할 때, 조세법률관계에서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납세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의무를 적정히 이행해 줄 수 있는 자라면, 세무사로서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법률사무 전반을 다루는 대표적인 직역인 변호사는 당연하게도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는 불분명한 반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청구인들은 세무대리업무에 관한 능력이나 전문성을 갖춘 경우라고 하더라도 세무사로서 세무대리업무를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법률사무에 해당하는 세무대리업무는 여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하나, 세무대리업무 중 어느 것까지 이에 포함되는지 해석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청구인들은 이마저도 단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세무서비스 공급자간 경쟁을 약화시킴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현저한 제한을 가하고 있으므로,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는 공익이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송대리까지 가능한 변호사를 세무대리인으로 선택함으로써 기장업무부터 행정소송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제도는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된 이래 50년 이상 동안 줄곧 시행되어 왔으며, 이러한 제도가 단시일 내에 폐지 또는 변경되리라고 예상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고, 이미 세무사 자격 취득에 대한 기대를 가진 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에 진입한 사람들은, 이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종전과 달리 반드시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만 하게 됐다는 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시험의 일부를 면제한다든지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일체의 조치가 마련된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으로 인한 신뢰이익의 침해정도는 중대하다는 등의 이유도 덧붙였다.

◆ 헌재, “2018년 결정과는 쟁점이 달라”…변협 “위헌적 세무사법 폐기위해 헌법소원 제기할 것”

결국 헌재는 5대 4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이 사건 부칙조항 역시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8년 4월26일 헌재는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만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및 위 조항에 따라 등록을 한 사람이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제20조 제1항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헌재는 “세무사의 자격을 이미 보유한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 세무사로서 그 직무에 해당하는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하였던 세무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었던 데 반해, 이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더 이상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등이 문제된다는 점에서 위 선례와는 쟁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헌재 결정에 대해 대한변협은 세무사법의 위헌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변협(협회장 이종엽)은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일괄하여 박탈하는 것은 다양한 세부 법률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청년 변호사들의 신뢰를 침해하여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며, 세무사 자격이 인정되는 기성 변호사들과 달리 청년 변호사들을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 주장해 왔고, 대한변호사협회와 소속 변호사들이 반복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변협은 “이번 결정에서는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박탈한 세무사법 제3조에 대해서 헌법재판관 4인이 위헌 의견을 내었고, 세무사법 개정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까지 일괄 박탈한 세무사법 부칙 제2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중 다수인 5인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표시하여 과반수의 헌법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는 현행 세무사법의 위헌성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히며 위헌적인 세무사법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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