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에세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이만우 의원 주최)가 열렸다. 

세무조사는 기업들의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적정한 비율의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세무조사비율은 낮아 성실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세청 조사인원으로는 그 기능을 여하히 달성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를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등 민간자격자에게 이양하면서 법인은 회계감사를, 개인은 성실신고확인제도 등을 통해 보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그에 따르는 책임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것. 

제도야 국회의원이 만드는 것이니 이에 대한 국세청의 의견은 별개로 하고, 당장 세무사와 회계사측의 반응이 갈라졌다. 

먼저 세무사측의 이야기다. 

“기업회계기준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비용과 함께 감사에 필요한 인원의 확보 등 즉 회계감사를 받기 위한 전 단계 회계처리 비용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회계감사보다는 세무감사나 세무검증 정도로 하는 게 실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플로어 토론자의 의견이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경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나, 기자의 눈에는 세무사회 측의 정책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세무사였다. 

그리고 뒤이어 회계사가 나섰다. 

“회계감사가 기업회계기준에만 따라하는 게 아니다. 과세기준 자체가 적정한 경영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회계감사시 계정과목의 적정성 등 관련 계정의 증빙 검토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만큼 세무조사 과정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회계감사시 수정신고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금액이 높을수록 탈루율 낮다는 것이 통계로 나타나는 만큼 회계감사를 받을 경우 그 기업은 성실성을 추정하고, 구체적 탈루사실이 발견되지 않을 때 직접적 세무조사를 제외하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국회에서 법안 2개가 발의되었다.(10월 1일, 유일호 의원) 

법안은 비외부감사대상법인이 외부감사를 받는 경우 감사비용의 20%를 연5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기준에 외부회계감사 여부도 포함하자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이다. 

이 두 법안은 비외감대상 법인들이 회계감사를 받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발의의 이유다. 

물론 이날 토론회로 인해 이 법안이 마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그런 공감대가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데 따른 것일 것이다. 

이 법안이 나오자 세무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개인사업자에 대한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있음에도 회계사들이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 세무사들의 중요시장인 비외감대상 기업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외부감사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이 법안이 '회계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보다 세무사와 세무법인 등 세무대리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폐지하면서 회계사들의 시장은 넓히겠다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무사들의 시장을 송두리째 회계사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읽힌다. 

이미 법안은 발의되었고, 국회의 심의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세무사들이 회계사들에게 주어지는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자존심 싸움인 ‘전투’에서 이겼다면, 이번 법안은 실질적인 회원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영역전쟁’일 수 있다. 

세무사와 회계사들의 ‘수(手)싸움’이 올 가을 빅 드라마인 국정감사보다 더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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