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조세정책학회‧한국세무학회, 국가재정과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향 논의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가 아닌 든든한 통장을 남겨주기 위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정부지출의 통제 및 세입기반 확충, 법인세를 인하, 가업승계제도 확대 및 상속증여세 세율인하 등 다양한 정책적 제언이 쏟아졌다.
29일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 오문성)와 한국세무학회(회장 박종성)는 KB 금융그룹(회장 윤종규)과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김영식)의 후원으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가재정과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향’ 세미나를 열고 주요 세목별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여건 진단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발표에 나서 세입기반 확충 및 세수증대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년부터 `25년 사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7%P 높아져 58.8%가 되는데 이는 3년 후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안전기준(60%)을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특히 “일각에서 저금리 때는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는 ‘저금리-부채확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국가신용도 하락과 국채이자비용 상승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해 정부지출은 지속해서 크게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에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최우선으로 세출구조조정에 따른 지출통제에 나서야 하며, 세입기반을 확충해 5년 사이 GDP의 약 1% 내외만큼 세수를 증대시키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오윤 한양대 교수는 ‘기업과세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서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난 `18년 기준 국내 총조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OECD 평균 10% 대비 1.57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 기준 기업의 실효세율(법인지방소득세 제외)은 상호 출자가 제한된 대기업의 경우 22%, 중소기업의 경우 13.3%로 상당히 높아 국제 비교가 가능한 법인세 경쟁력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단순화하면서 재정의 법인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이밖에도 연구개발지원의 내실화, 배당소득 관련 경제적 이중과세 배제, 비영리법인 과세체계 개혁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세 번째 발제에 나선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소득세 과세체계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지속성장을 위한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개편 방향’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소득세 감세, 박근혜 정부의 소득공제 기준 변경(세액공제)에 따른 조세혜택 축소, 문재인 정부의 ‘핀셋 증세’ 명목으로 고소득계층에만 적용된 세율인상 등으로 소득세 과세체계가 공평하지 않고 왜곡됐다”고 꼬집었다.
또 “사업소득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 간 소득세가 공평하게 부과되려면 종합과세에서 제외된 소득을 단계적으로 종합과세대상에 포함하고, 소득공제도 세액공제에서 다시 인적공제로 전환하며, 신용카드 등 정책적 수명이 다한 공제제도를 세액공제로 바꾸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OECD 국가들보다 고소득층에 더 불리하면서도 소득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세제를 개편해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고 조세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세율체계 단순화 및 물가인상을 반영한 탄력적인 과세구간 조정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수확보를 위한 대안으로써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주장이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상속증여세를 유산과세구조에서 유산취득과세구조로 바꿔 세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하며, 백 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업승계제도 적용대상을 대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경우 재산 처분 시까지 과세를 이연하며, 장기적으로는 상속세가 아니라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세제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해 지방세로 전환하면서 전국 공동세로 운용하고, 1세대 1주택 비과세에 대한 대안으로 양도차익에서 일정금액 공제, 1세대 1주택의 과세 기준인 고가주택은 현행 실거래가액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려 현실화시킨 후 3년~5년 정도의 주기로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동식 경북대 교수는 ‘바람직한 조세재정정책 방향과 해외사례’라는 주제발표에서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및 독일처럼 세원을 공유하는 공동세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소득세 과세구간과 세율체계 개편, 소비세 과세체계 정비 및 부가가치세 복수세율제도 도입, 유산세방식에서 유산세취득방식으로의 개편, 상속세 공제제도 및 가업상속공제의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 현행 재정여건 진단 및 세목별 세제개혁과의 조화문제 지적
5가지 주제발표 후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도 현행 재정여건을 진단하고 세목별 문제 등을 지적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병일 강남대 교수(조세법학회 회장)는 “앞서 발제자분들이 제안해주신 조세정책 방향 내지 세제개혁안은 조세의 공평과 효율 및 세제의 국제적 조화라는 큰 틀에서 이뤄진 합리적 대안으로 사료된다”며 “특히 증가하는 재정수요 및 재정건전성을 위한 세입기반의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세체계 전체에 대한 균형감을 고려한 세제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소득과세, 소비과세 및 재산보유과세 간의 균형 있는 제도정비가 필요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소득격차 완화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만성화된 조세지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며, 국가와 지방정부 간의 세원배분 검토, 디지털경제, 신종 가상자산 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세제의 단순화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종석 박사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재정규율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안 박사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19~`25년 동안 국가채무비율이 20.7%P, `25년 부채비율은 58.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년에 수행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70년 국가부채비율은 185.7%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부채 증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세대 간 재분배를 통해 후세대의 후생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현세대의 복지를 위해 자금을 차입하면 후세대가 이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정규율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막대한 재정적자 및 세대 간 재분배가 발생하는 주요인인 국민연금, 건강보험에 대한 직접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지출구조조정 및 보험료, 조세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해 세대 간 재분배를 최소화하고, 사회보장세 등 재원조달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태화 가천대 교수 역시 현 재정여건을 고려해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세수증대의 필요성을 밝힌 동시에 세수확보를 위한 증세방안 VS 조세의 중립성 및 납세순응도를 고려해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세제의 개편 방향을 고려하면 부가가치세율 인상, 면세범위 축소,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고려한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부동산보유세 강화,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축소 등을 개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세의 중립성과 국제적인 조세경쟁, 납세순응도 등을 고려하면 대기업 등에 대한 법인세부담의 완화를 통한 실효세율 하향 조정, 소득세법상 세액공제와 소득공제제도의 합리적 조정, 부동산 거래세의 인하, 상속증여세의 완화 등을 개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세부담률을 상향조정하면서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조세의 중립성을 달성하고 납세자의 납세순응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세제의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경근 박사는 과도한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세출구조조정에 따른 지출통제가 최우선적 과제라는 점에는 공감하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세입기반 확충을 통해 5년 내 GDP의 약 1% 내외 세수를 증대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공감하나 다른 한편으로 더욱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성급하게 주요 세목에 대한 세율인상을 추진하기보다 우선적으로 목적세와 부담금의 정비 같은 기존 세입구조(또는 세입제도)를 합리화하는 작업과 함께 디지털경제에 따른 세정 사각지대 해소와 같은 세수증대 노력을 기울인 후 그래도 세수가 부족하면 주요 세목의 세율인상 또는 추가 세목이나 부담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순차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오랫동안 꼼짝하지 않는 과세표준구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20년이 넘도록 과세표준구간이 동일한 경우가 있다”며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세, 증여세 등의 과세표준구간은 과거 10년 이상 거의 변동이 없다”며 “이들 세금이 `20년 전체 세수 중에서 8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조세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납세자가 소득수준의 변동에 대응해 조세부담을 질 수 있도록 과세표준구간을 오랫동안 현실화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과세표준과 세율을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하면서 납세자의 조세부담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의 증세”라며 “물가 및 소득수준의 증가 등을 고려해 과세표준구간과 세율도 현실에 맞게 적시에 조정해줌으로써 세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개방경제체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기준과 추세를 벗어나는 세제는 국민후생과 국가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글로벌 평균을 상회하는 과도한 세율체계를 갖는 조세의 세율 등도 완화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