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작년엔 반대 올해는 찬성…박형수, ‘작년 관세청 실무자 반대하지 않았냐’ 지적
관세사회,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하지 않으면 2차 제재가 되므로 이중처벌이 된다”
올해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발급요건을 완화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임재현 관세청장이 지난해 기재부 세제실장일 당시 추진했던 법안으로 당시에는 관세청 실무자들의 반대의견이 있어 통과되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관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한번 더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개정안의 통과는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임 청장이 2년연속 자존심을 구겼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관세업계에서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 개정안이 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는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난 2년간 국회 조세소위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세정일보가 정리해봤다.
수입자는 해외에서 국내로 물건을 수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세관에 납부하게 된다. 세관장은 수입자에게 ‘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는데, 이때 수입자는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발급받은 수입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본인이 납부한 수입단계의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공제를 받게 되는 구조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란, 수입자가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표준을 과오납한 경우에 세관장이 이를 징수하거나 환급한 후 해당 금액만큼 수정하는 내용의 수입세금계산서다. 따라서 세관장이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 수입자는 매입세액공제 시에 수입물품의 과부족한 과세표준 부분에 대해서 이미 납부한 부가가치세는 환급받을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입자가 100원에 수입해서 신고를 했다가, 수입가격이 120원으로 정정이 되면 20원에 해당하는 관세를 더 추가로 납부하게 되고, 나중에 200원에 팔게 되면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80원을 낼 것이냐, 100원을 낼 것이냐의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자는 실제로 100원을 부담했기 때문에 100원의 매입세액공제를 받으려고 하지만, 관세청은 80원에 대해서만 주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납세자 스스로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입증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정안은 이와 같은 납세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발급을 조금 더 확대해주자는 것이다. 이번 부가세법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세관장이 과세표준·세액을 결정·경정하는 경우 또는 수입하는 자가 세관공무원의 관세조사 등이 발생해 과세표준·세액이 결정·경정될 것을 미리 알고 수정신고하는 경우,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원칙적으로 발급하되, 예외적인 경우 미발급하거나 이미 발급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다시 수정하는 내용의 수정수입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도록 했다.
여기서 예외적으로 수정수입계산서를 미발급하거나 이미 발급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재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는 관세포탈죄 등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받은 경우, 부당한 방법(重가산세 적용사유)으로 과세표준·세액을 과소신고한 경우, 수입하는 자가 이미 통지받은 바 있는 오류를 반복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다.
◆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역사
2013년 6월 이전에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모두 발급해줬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세수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라 탈세목적으로 과표를 낮게 잡아 신고한 경우에는 수정수입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도록 ‘미발급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발급 제한의 폭이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까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관세관청과 납세자 간 분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9년 기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세액은 641억원, 불복건수는 10건이다. 또한, 2018~2019년 수정수입계산서 미발급세액은 1111억원으로, 다국적기업이 658억원이고 대기업이 271억원으로 84%를 차지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미발급 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착오, 경미한 과실,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발급 요건을 확대해왔다.
이에 지난해 정부는 ‘완전히 고의적 탈루의 증거만 없다면 탈루세액을 모두 환급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했다.
◆ 작년 조세소위 관세청 실무자와 삐걱댄 임재현 세제실장
작년 임재현 실장은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납세자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납세자 스스로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을 해야 되지만, 스스로 잘못이 없다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가 비정상적으로 판단된다”며 “제도 출범 당시에는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으로 추진됐지만 그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비정상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나왔다. 납세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발급사유를 확대해서 납세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임재현 실장은 “외국에도 부가가치세를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예를 찾지 못했고 관세청하고 오랜 협의를 거쳐서 부가세는 정상화해 주되, 관세법에서 관세청이 우려하는 다국적기업의 관세 탈루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위원들이 ‘관세청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하자, 임 실장은 “관세청과 협의 내지는 합의가 됐느냐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제가 그렇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 이유가, 실제로 제가 관세청 차장과 관세청 국장과 수차례 협의를 했고 분명히 관세청장께도 보고를 드려서 관세청장도 오케이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청이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이 법안을 추진했다고 그러면 위원님 지적을 달게 받겠으나, 관세청과 다 합의를 했고, 다 수용한 것으로 국무회의까지 거쳐 가지고 국회에 제출된 안에 대해서 관세청이 조세소위에 와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저는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관세청 입장은…성실신고 근간 훼손하고 다국적 기업의 탈루가 우려된다는 것
논의 과정에서 위원들은 수정수입신고계산서의 허용을 풀어준다면 지금껏 성실하게 신고해오던 법인들이 ‘불성실’하게 신고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올해 조세소위에는 관세청 관계자의 참석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관세청의 의견을 살펴보면, 당시 주시경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기재부와의)협의 과정에서 일단 방향이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는 상황하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들인가라는 검토들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실 일선 현장과 이렇게 충분한 토론을 거칠 시간은 없었고요. 다만 이제 여러 가지 그동안의 논의들을 종합해서 급하게 보완책들을 마련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그 이후 과정에서 실무적인 일선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의견들이 현재 마련한 제도 가지고는 좀 보완하는 효과가 부족하지 않겠나 그런 의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시경 국장은 “현행 보완책으로 마련한 것들이 기본적으로는 다국적기업들이라든지 특수관계자들이 자료제출을 안 했을 경우에 어떤 페널티라든지, 그러니까 관세조사를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그 절차적인 측면들이 많고, 현행은 성실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페널티가 부가세액,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해 주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보는 것보다 이번에 마련한 효과가 불이익을 주는 정도가 훨씬 적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성실신고를 담보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그렇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기재부는 관세청과의 협의가 모두 끝났다고 했지만, 관세청은 충분한 토론을 거칠 수 없어서 급하게 마련한 보완책이기 때문에 현장 실무자들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고, 성실신고를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같은 관세청의 의견에 여러 조세소위 위원들은 기재부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결국 재논의하는 방향으로 넘어가게 된 것.
◆ 관세사회 입장,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완전 폐지’ 주장
반면, 지난해 박창언 관세사회장은 조세소위에 참석해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제도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수입 부가가치세는 매입 세액공제를 수입자가 최종 소비자를 대신해 가지고 미리 납부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인데, 수입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 도입 취지에 반하는 사항”이라며 “세금탈루와 성실신고 유도에 필요하다고 하나, 세금탈루와 불성실신고는 벌칙과 가산세로 지금 1차 제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2차 제재가 되므로 이중처벌이 된다”고 말했다.
또, “현행 수입계산서 발급 기준이 착오, 경미한 사항 이런 것만 되어 있어서 전문가들이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다툼의 소지가 많고 조세심판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에서는 회계처리를 할 수가 없어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어떤 경우에는 신고인인 관세사가 잘못했다고 해서 전가하는 경우가 현실이기 때문에 당초 전면 폐지를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수정수입세금계산서 개정안은 현재 납세자에게 주어지는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관세청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재현 실장은 수정수입세금계산서는 발급해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생각으로 개정을 추진했었다. 또한 관세청장으로 영전한 이후 올해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했으나 올해에는 조세소위 위원 중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하며 결국 개정은 좌절됐다.
이에 대해 관세청 측에서는 “지난해 기재부에서 개정안을 낼 때에는 여러 이유로 인해 이견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기재부에서 이견이 있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조율이 돼서 개정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