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지 벌써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체계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기재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1년 연장해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에 합의했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과세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여야의 의견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투자자 과세에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가상자산 전세계 시장규모는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이 3위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한국 투자거래규모는 22조7000억원, 투자자는 587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계 시장규모는 2013년 1조9000억원, 24시간 거래량은 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시장규모는 2000조원, 거래량 300조원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첫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이슈가 떠오른 것은 2018년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를 나서면서 시작됐다.
과세대상 소득은 빗썸코리아의 회원인 비거주자의 2015~2018년까지 4년간 가상화폐 원화 출금액이다. 빗썸코리아의 외국인 회원의 가상자산 원화출금액 전체를 기타소득으로 판단해 빗썸을 원천징수의무자로 본 것이다. 소득세법 제119조제12호, 비거주자의 기타소득 중 ‘부동산 이외의 자산’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으로 해석했다. 적용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22%.
첫 가상화폐 관련 과세이기 때문에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는데, 더욱이 문제는 세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근거가 아직 없었다는 것이었다. 2019년 국세청은 비거주자의 가상자산 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 미납분 803억원을 과세했다. 그리고 빗썸측은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2020년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심판원은 원칙적으로 90일, 통상 160일 이내에 과세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심판 결정은 보류 중이다.
본래 심판원 결정이 3달 안에 나야하지만, 2년간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이유는 향후 파급력이 높은 사건으로 분류돼 조세심판관 합동회의에 상정돼 논의과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0년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대상건수 1만5845건 중 1만2282건(77.5%)이 처리됐다. 이중 조세심판관 합동회의 건수는 13건(기각 2건, 인용 11건)이었다.
심판원은 어떤 측면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국감에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개인에 대한 소득파악이 어려웠다. 지난해 빗썸에 부과한 것은 가상화폐를 보유한 개인에게 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를 주도하는 법인인 빗썸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라며 “빗썸에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에 대한 국내자산 양도소득세와 동일하게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화폐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로 비거주자에 대한 자산에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국세청의 입장으로 과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대지 국세청장도 “빗썸 과세는 비거주자 국내원천징수 불이행에 대한 과세였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관련된 과세는 원칙적으로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세법상 국내원천징수의무자, 거래소나 플랫폼사에 원천징수 엄격하게 부여하는 이유는 소득이 국외로 유출되는 상황에 빠져서 엄격한 의무를 부과 중이다. 거주자 내국법인에 비해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를 감안했을 때 국세청은 정당한 과세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과세관청은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의 원화출금액을 과세소득으로 판단하고, 당사가 외국인 원화출금액에 대해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과세 예정액을 통보했다"며 “이에 대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불채택 결정 및 납세고지를 받아 807억2900만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021년 5월 이에 불복하여 당기 보고기간종료일 현재 조세불복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해당 조세불복절차의 결정으로 세부담액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는 바, 해당 금액을 자산(장기선급금)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국세청 측에서는 정당한 과세처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빗썸은 과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심판원에서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심판원 인용 여부에 따라 향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과세 근거가 되는 발판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심판원 측에서도 첫 결정인 만큼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심판원이 인용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빗썸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내년부터 시행예정이었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023년 1월1일부터로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재위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