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조세소위 33시간에 240개 법안 심사…법안1개당 8분, 겨우 1회독
양당 간사만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대부분 최종 결정…‘양당독재’ 비판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11월 한달간 정부안과 의원발의로 발의된 세법개정안의 심사를 진행하고, 여기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은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 열린다)에서 과반 이상의 합의로 개정 절차가 완료된다.
올해의 경우 7번의 회의가 개최되었고 이 중 6회까지 1회독을 마치고 주말에는 소소위, 그리고 마지막 한 차례를 의결하는데에 사용했다. 결국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240건에 달하는 세법개정안을 심사한 셈이다.
회의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으로 약 6시간 동안 진행하고 이마저도 쉬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매일 5시간 30분 가량을 세법심사에 사용하는데, 올해 조세소위는 마지막 의결 절차를 제외하고 6차례 개최되었으므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33시간에 걸쳐 240개 법안을 심사했으니 1개 개정안을 논의하는데 약 8.25분을 심사시간으로 소요한 셈이다. 물론 8분이라는 시간 안에는 국회 전문위원의 개정안 설명 시간, 정부의 찬반입장을 듣는 시간이 포함되어 실제 의원들의 발언시간은 5분 이하라고 봐도 된다.
이렇게 결국 올해에도 마지막 주말에 ‘소소위’를 열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개정안을 통과여부를 결정했다. 소소위란 소위 안의 더 작은(小) 소위라는 뜻으로 국회법에는 없는 조직이다. 여야 간사단만 참여하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완전 비공식 회의로 진행된다.
올해 소소위에는 김영진 소위원장과 류성걸 국민의힘 간사 두 사람만이 참석했다. 소소위는 기재위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절차이지만, 소소위에 참석하지 않는 위원들은 결국 개정안이 어떻게 합의처리가 됐는지 알 수 없고 마지막 의결절차에서 소소위 결과지만을 통보받는 실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와 국회의원이 발의한 세법개정안을 모아 기재위 조세소위는 11월 한 달간 심사하고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조세소위는 11월 중에서도 월, 수, 금요일만 모이고, 이마저도 늦게 시작한다면 올해처럼 7번밖에 모일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차례 논의하는 것을 1회독이라 하며 이전에는 2회독, 많게는 3회독까지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1회독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소소위를 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야 위원 중 반대하는 위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개정안은 합의(통과)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 인상 개정안이 있다고 가정할 때, 여당에서 찬성하고 야당에서 반대한다면 위원들의 발언이 길어지고 회의가 늘어지게 되면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 개정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렇게 소득세율 인상안은 소소위에서 결정지어지게 된다.
작년 조세소위에서 용혜인 의원은 소소위 이후 조세소위 자리에 참석해 “소소위를 주말동안 거쳤고 저로서는 사실 일회독 이후에 각 개별 법안들에 더 이상 의견을 낼 기회가 없이, 각 개별 법안들이 어떻게 심사되었는지 알 수 없이 오늘 회의에 참석해 그 결과지를 받게 됐다”며 “조세소위가 한 번의 일회독 이후에 양당 간의 합의로만 진행이 된다면 소위에 비교섭단체 의원이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의에서 의결할 법안들이 정말 중요한 법안인 만큼 제대로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들과 더 좋은 방안들을 찾을 수 없었던 논의 과정과 결과에, 의결을 참여할 수는 없어서 저는 오늘 의결 과정에 불참하겠다”며 자리를 떠나기까지 했다.
결국 소소위는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절차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개정안이 왜, 어떤 의견이 제시되며 통과됐는지 영원히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소소위를 열어야만 한다면, 단 두 사람의 의견만으로 세법개정안의 통과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소소위에는 세제나 세법에 있어 ‘전문성 있는’ 위원을 참석케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올해에는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율을 조정하는 등의 큰 이슈는 없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과 관련해 1세대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의 상향과 장특공제 등의 이슈가 있었고 코스피 시장규모를 앞지른 가상자산 시장에 당장 내년부터 과세할 것인지 여부도 결국 소소위에서 결정지어졌다.
이에 소소위에서 결정되는 사항은 개정안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를 혹은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심도 깊은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소소위에서 결정된 내용에 대해 일부 기재위 위원들은 본회의 표결장까지 나와 반대표결을 위한 발언을 진행해야만 했다.
지난 2일 본회의장에서 장혜영 의원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안에 대해 “집 팔아서 몇억씩 벌어들인 돈에는 법까지 고쳐가며 세금을 깎아주지만, 정직하게 피땀흘려 일해서 번 돈에는 칼같이 과세하는 이런 불공정한 나라를 만들고서 우리가 어떻게 본회의장 밖에서 만나는 청년들 청소년들에게 땀흘려 일해서 돈벌고 세금내며 살아가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실거주 목적으로 집 한채 갖고 있는 시민에게 양도세는 아무 관련이 없는 세금이고, 실거주 목적보다는 매매를 통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소위 '똘똘한 한채'를 가진 집부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혜인 의원 역시 “물가인상, 주택가격 폭등으로 양도세 부과대상과 양도세엑이 너무 커져서 세부담 늘어났다는 것이 양도세완화의 명분”이라며 “양도세가 늘어나면 그 이상으로 양도차익이 커졌다는 것을 왜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과세유예에 대해서는 “과세당국이 과세준비가 됐다고 이야기함에도 국회는 애써 못 들은 척 과세준비가 안 되었다며 부득부득 과세 유예를 결정했다”며 “상임위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하는 것에 포함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주식투자는 생산적 목적에 투자된다는 목적이 있는데, 그 어떤 생산적 목적도 없는 가상자산의 용도에 대해서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한다는 발상은 그 어떤 조세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런 발언하면 당연히 항의전화, 댓글, 문자 많이 오고 달린다. 입법기관으로서 국민위한 결정해야하는 국회의원의 소신이 항의전화, 문자, 댓글에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소신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며 대선정국의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뱉어냈다.
국민에게 혈세의 납부의무를 지우며 조세법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 세법개정의 현실이다. 좀더 많은 국민의 대표들이 좀더 많은 시간을 갖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세법을 만드는 날은 가능이나 할지 까막득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