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부, 편법증여 등 ‘부동산 세무조사’에 집중
이명박-박근혜 정부, ‘고소득‧역외탈세’ 등에 조사역량 집중
내년 3월9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세청은 대선의 역사에서 떼려야 뗄수 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막강한 권력의 국세청 조사국장이 기업들을 압박해 대선자금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 흑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역사는 말 그대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차마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다.
그런데 아직 변화지 않은 것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모습이 새 정부의 국정방향에 맞춘듯한 모습으로 약간씩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정일보가 내년 새정부가 들어서면 국세행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는 세무조사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지난 20년간 국세청 각 정권별로 조사분야에서 집중해온 부분을 살펴봤다.
특이한 점은 집권여당이 바뀌면 즉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국세청 세무조사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세무조사’는 사라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세무조사의 칼을 쉬지 않고 작동되어왔다는 점도 분명했다.
다음은 지난 2003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참여정부, MB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국세청 세무조사 운영방향이다.
◆ 참여정부, ‘부동산’ 조사에 집중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이후였던 2003년 6월 국세청은 국회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세무대책’을 내놓았다. 물론 이전에도 부동산 투기, 부의 변칙이전, 호화사치생활 등 불로소득자에 대한 엄정한 조사관리는 지속해왔지만,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강도높은 조사와 단속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이 조사인력 3000명을 투입해 투기혐의자와 중개업소 183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423억원을 추징했다. 그리고 일명 떴다방인 부동산매매법인 3개 업체를 고발하고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141명을 적발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급증으로 충청권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등에 부동산 투기 대책반을 2배로 증원해 과열 분양현장 43개소에 투입해 집중단속을 하는 한편, 연소자의 고가 부동산 취득 등 투기혐의자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해 양도세와 증여세 등 204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곧바로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2003년 한 해 동안 5300여명에 대한 세무조사로 3400억원을 과세하는 등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세무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조사 외에도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집중 관리, 변칙 상속증여 등 지능적이고 고의적인 탈세행위에 대한 고강도 관리 등을 실시했다. 당시 특이점으로는 2003년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한 것이 있다.
◆ 이명박 정부, 세무조사 전면 쇄신…김대중 비자금 추적 사건
그리고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MB 정부인 시절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A에서 Z까지 전면적인 쇄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건수를 전년 대비 5.2% 줄이고, 소규모 사업자는 세무관서 조사로 전환하며, 세금 추징보다 문제를 도와주는 간편조사를 활성화하고, 세무조사 과정을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 이야기는 사라졌다. 세무조사 역량은 불성실 납세자에게 집중하고, 고소득 전문직, 의료업, 음식숙박업 등 고소득 업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민생침해사업자 등에게 집중 조사를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외에는 자금출처 조기검증으로 변칙 상속증여를 차단하고, 유통과정 추적조사로 거래질서를 확립, 그리고 국제거래를 이용한 지능적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역외탈세담당관 자리를 신설하는 등 당시 역외탈세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MB 정부에서 국세청 역외탈세담당관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추적 등 국정원과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킨 시기가 이 때다.
집권 중반부인 2011년부터는 대기업·대재산가 사주 등의 변칙 탈루행위를 검증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 박근혜 정부 키워드는 ‘지하경제 양성화’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책 기조였던 증세 없는 복지 차원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조사 포커스가 맞춰졌다. 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소득 환수, 대기업·대재산가의 비자금 조성과 변칙증여 등의 차단, 가짜석유·무자료거래 등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특히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유출과 해외에 소득을 숨기고 이를 신고하지 않는 등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추적·과세에 집중했고, 다국적기업의 국가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방지를 위해 OECD가 마련한 새로운 국제조세기준의 이행도 시작했다.
그리고 역외세원 양성화를 위해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하면서 신고를 누락한 혐의가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고강도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불복이 늘어나면서 소송에서 패배해 추징한 세금을 다시 되돌려주는 사례를 막기 위해 송무역량을 높이는 것도 힘쓰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탄핵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대재산가, 그리고 역외탈세가 주요 조사 역량 집중 분야였다.
◆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마자 반복되는 ‘부동산 세무조사’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기업·대재산가, 역외탈세 등에 대한 조사역량 집중과 더불어 부동산 세무조사로 그 칼날이 바뀌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과정의 탈세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주택취득 자금 편법 증여, 다운계약 등 탈세혐의를 포착하면 신속히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세청의 기본 세무조사 운영방향은 대기업·대재산가의 불공정 탈세, 신종·호황 고소득자 탈세, 역외탈세, 민생침해 탈세 등 4대 분야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는 전관 특혜 전문직, 다주택자, 투기혐의 부동산법인, 연소자 고가아파트 등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역량을 집중했다. 임대소득을 누락하면서 허위로 비용을 계상하거나 부당으로 세액을 감면받는 자들이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특히 디지털, 비대면 경제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가상자산 이슈 등 신종 세원분야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조사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 `22년 새정부 세무조사 방향은?
국세행정에 해박한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들어서면 부의 변칙이전을 포함하여 코로나팬데믹으로 해외정보활동의 제약으로 다소 느슨해진 역외탈세 분야에 조사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령 국민의 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한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