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청이 50여년간 지속되어온 일선 세정의 소통창구인 세정협의회가 세무서장들이 퇴직 후 회원사들로부터 고문료를 받는 고문료 창구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세정협의회를 전격 폐지했다.

세정협의회는 정말로 사라진 것이 맞을까. 그들만의 친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올해 모범납세자로 선정한 10명 중 1명은 기존 세정협의회 회원사에게 그 수상혜택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되지 않은 다른 지방청까지 확인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문료 파문 이후, 지난 연말 퇴직한 세무서장들은 자신이 세무서장으로 있던 세무서의 맞은 편에 개인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하며 관내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정일보가 지난 연말 퇴직한 15명의 세무서장 중 개업여부가 확인되는 세무서장 13인의 사무실을 확인한 결과, 10명(77%)은 관내에 개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무법인으로 이동한 서장을 제외하고 개인사무소를 차린 서장 중에서는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자신의 관내에서 사무실을 차렸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에는 각종 논란과 구설수도 많이 일었는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세무서장도 세무서 바로 맞은편에 세무사사무실을 차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서장이 퇴직 후 관내에 사무실을 차리는 것은 국세청의 전통과도 비슷한 것이다. 30년 가량을 국세공무원으로 고생하고, 압정형 조직구조에서 비고시 출신은 세무서장으로 퇴직하기 조차 힘들다. 세무서장 다음으로는 세무서 법인세과장 등이 퇴직 전 인기가 많은 자리로 꼽힌다. 법인세과장의 경우 세무서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퇴직하면 세무서에서 기업체를 관리했었기 때문에 관내에서 개업 후 활동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퇴 직전 세무공무원들의 경우 퇴직 후 개업할 수 있는 곳, 연고가 있는 곳 등에서 근무하다가 퇴직시켜주는 것이 오랜 기간 근무한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의 관례와도 같은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내 세무서장 자리가 퇴직 직전의 이들에게 돌아가는 자리로 손꼽힌다. 예를 들어 경찰의 경우 서울시내 경찰서장을 거쳐야만 승진을 할 수 있는 승진코스로 분류되지만, 국세청은 대부분이 세무사로 개업해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아 서울시내 세무서장 자리는 ‘퇴직정거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이유다.

아울러 지난 연말 세정협의회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일자 모 세무서장은 세정협의회에게 ‘감사패’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세정협의회로 활동하며 세정홍보 및 협조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세정협의회가 세무서장이 퇴직한 후 고문료를 받는다는 파문이 일어서 폐지된 만큼, 국민 세금을 들여 감사패를 제작해 수십개 업체에 돌렸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국회는 5급 이상 세무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한 뒤 세무사를 개업한 세무사는 1년 전까지 근무한 곳에서 처리하는 사무와 관련한 세무대리를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무서장이 1년간 현직에서 행사한 영향력을 가지고 퇴직 후에 곧바로 세무사로 개업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다만 개정안이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점에서 지난 연말 퇴직한 세무서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연말퇴직한 세무서장들의 개업 여부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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