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그룹→언론사→태광실업…이번엔 ‘화천대유’(?)

제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됐다. 정권교체에 대한 관심은 국세청에서도 지대하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차기 국세청장의 운명도 바뀌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대통령이고, 국세청의 권력은 세무조사에서 나오면서 세무조사권은 정치권력과 함께 움직여왔다는 인식이 많았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며 세무조사 칼날은 화천대유의 대장동개발 특혜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에서 조국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을 해왔던 만큼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화천대유와 관련한 사항은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국세청에 통보되는 내용 중 탈세내용이 있다면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간 역사 속에서 정권 교체때마다 진행됐던 보복의 칼날은 어디로 향했을까. 1983년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이 신문 1면에 게시한 ‘세무사찰을 받고 있다’는 성명발표가 국세청 세무조사 보복의 시작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느닷없는 발표에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명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안무혁 국세청장은 “엄청난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자숙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이같은 방법으로 또다시 국민을 오도하려는 저의가 한심하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최초의 관광레저 전문그룹을 일궈낸 명성그룹에 대한 세무사찰 논란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다. 결국 김철호 회장이 수기통장을 이용한 사채자금조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김 회장은 구속되고 대법에서 징역 15년, 벌금 79억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명성은 결국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간에서는 김철호 회장이 전두환의 장인 이규동과 친분이 깊었는데, 이규동이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신군부에서 정치자금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것이 세무조사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 말기에서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6공화국의 경부고속철 건설에 반대하면서 정권에 밉보였는데,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돌자 현대그룹 길들이기를 위한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세무조사가 진행됐고 1991년 1361억원이라는 추징액을 부과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포항제철이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대선에 출마한 김영삼 대통령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부하는 등 갈등을 빚었고, 국세청은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해 포철 등에 730억원, 박태준 명예회장 일가에 63억원 등 총 793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해 이번 조사 역시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세풍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에서 대선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조사 편의 등으로 기업을 압박해 자금을 모았다. 규모는 166억원이 넘는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꼽힌다.

또한 언론사 세무조사도 논란이 일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신문, 방송 등 중앙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비판성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길들이기성 세무조사’라고 비판했다. 야당에서도 ‘정권 입맛대로 남용하는 안정남 국세청장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세청은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조3594억원의 탈루사실이 밝혀져 5056억원을 추징하겠다고 발표했고 검찰에 고발된 결과 언론사 사주 등은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청탁을 받고 미스터피자의 특별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등 권력형 비리 논란도 일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단초로 지적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자 피바람은 다시 불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그 후폭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는 단초가 됐다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세무조사는 부산국세청 관할이나 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에 나섰다. 국감에서도 정치적 의혹을 가지고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조사를 담당했던 조홍희 서울청 조사4국장은 국회 증인석에 나와 “현재 징세법무국장의 위치에 있어 대답하기 힘들다”며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취임한 백용호 국세청장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조사가 됐고 사과드릴 부분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후 국세청개혁TF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정치적 조사가 맞다고 결론이 났다.

정권 말 MB친정기업인 현대건설에 세무조사가 진행됐는데, 정기조사가 5년마다 이루어지는 만큼 현대건설이 MB정부에서 세무조사를 받고 나면 다음 정부에서 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복 세무조사’를 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MB수혜기업이라 불리는 대기업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정적 노출이 많다는 이유로 포털 다음카카오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등 각종 논란이 있었다.

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4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이 있었던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친MB 기업으로 꼽혔던 롯데와 효성에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큰아버지이며, 롯데는 제2롯데월드 허가 등 특혜를 받은 기업이라고 꼽혔다. 같은 당 출신이지만 친이-친박 진영에 대한 견제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조사라는 의혹이 일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감청논란 이후 박근혜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고 대기업 세무조사가 5년마다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뒤 박근혜 정부까지 7년간 3차례나 세무조사를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며 포털 길들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말 비선실세 논란이 일었던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고 이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섰다.

또한 MB 정부시절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세무조사를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로 밝혀진 자동차 부품회사에 대한 다스 세무조사에 이어, 다스 협력업체인 금강과 SM에도 조사가 이어졌고, 포스코건설과 다스 불법자금 세탁혐의를 받은 KEB하나은행,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 홍은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현대건설까지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국세청의 다스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검찰과 국세청이 치졸한 복수를 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세청은 기아차, 삼호개발,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한국타이어 등에 대한 줄 세무조사를 이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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