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얼마 전 끝났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시작될 예정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 앞으로 5년간의 정부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 이름으로 힘 있다는 기관들이 그 이전 정부 행적으로 인해 심판의 칼날에 놓인 바 있다. 국세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중 국정원이나 검찰로 관심이 집중되기는 했지만, 국세청을 어떻게 개혁할지 검토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관리감독의 차원에서 납세자보호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세청의 핵심이 세무조사이고 이러한 세무조사가 정치적 세무조사가 되지 않도록 하고 세무조사에 대한 외부인의 견제로서 도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권 초기 조직개편과 관련하여 부처마다 자신의 조직을 지켜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세금과 관련한 집행기관으로서 그 기능은 국민과 직결되어 있다. 수사권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권한배분, 즉 검경수사권 조정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죄를 짓는 국민에 비교하면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은 더 많고 계속적으로 국세청과 관련성을 갖게 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기준으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은 51,829,023명이고,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범죄의 발생건수는 1,587,866건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직접세의 납세인원은 12,784,130명, 간접세의 납세인원은 7,222,725명으로 합치면 20,006,855명에 이른다. 더구나 세금은 매년 이러한 숫자가 국세청과 관련성을 갖는다.
이러한 납세자, 국민은 국세청을 어떻게 바라볼까? 국세청은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일까? 최근 세무공무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 기업 세무조사를 나갈 때 세무조사를 위한 공간을 배정을 받는데 해당 기업이 다른 정부부처의 다른 일로 현장조사를 받아 공간이 부족할 때 다른 공간으로 이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비롯해서 국세청에 대해 기업이 느끼는 위력감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고 한다. 한 때 실제로 국세청의 세무조사권이 매개가 되어 국세청이 국민에게 권력기관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있었다. 여전히 그렇다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대로 괜찮은가? 국세청이 그 어느 부처보다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있고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데 이러한 질문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그 조직은 문제가 있는 곳이다. 현재에 안주하면 지금은 피해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부의 문제가 터지거나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 당할 것인가’의 선택이 놓였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힘은 ‘세무조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서 나온다. 세무대리인들을 만나보면 실제로 최근 국세청의 세무행정서비스를 받는 납세자는 상당부분 만족감을 느끼고 막연히 권력기관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민들과 접촉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많은 국세청의 경우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은 납세행정 현장에 있는 것이다. 국세청 고위직의 인사야 정권에 따라 향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납세행정 현장을 맡고 묵묵히 일하는 일선 공무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의 경우 민간기업보다 높지는 않은 급여라 해도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뒷받침하는 인사가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2021년 9월 1일 현재 국세청 정원이 2만1755명이라는데,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가 그 조직 자체가 현재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이 국세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및 변호사시험, 세무대학 출신, 7급 및 9급 시험, 개방직, 공모직 등 세무공무원이 되는 다양한 경로에 대해, 인사상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국세청 내부에서는 제한된 승진티오를 생각하면 매우 민감하면서도 복잡한 문제이다. 명예퇴직의 관행도 그렇다. 국세청의 변화를 느끼게 하거나 국세청 본연의 기능을 묵묵히 할 수 있게 하는 인사부분은 국세청 스스로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강요받는다는 관점에서 볼 때 국세청은 선제적으로 어떠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렇지만 국세청이 스스로 여러 노력을 계속적으로 해 오기는 했지만, 더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변화를 위한 적극적 고민을 국민과 함께 계속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과세관청이 잘못된 증여세를 부과했는데도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증여세 환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과다납부한 증여세를 환급해 줄 것을 과세관청에 의견 표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를 보면, 국민권익위원회 관련자는 “과세관청의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으로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과세관청 스스로 오류를 시정하는 적극행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정 건에 대해서는 정말 과세관청이 잘못한 것인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어찌하든 억울한 국민이 구제를 받았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것만 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한 국민을 부당한 세금에서 구제해 주었고, 국세청은 적극행정을 안 해서 그렇지 못했다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 부과제척기간을 지난 경우에 납세자의 구제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적극행정을 펼쳐 납세자를 구제해 주는 과정에서 법령 위반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위험을 현장 공무원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국세청 스스로도 가능한 직권취소를 통해 납세자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때이다.
세무조사라는 것도 사후적으로 세금을 무조건 추징하겠다고 접근할 것이 아니다. 세무조사과정에서 파악된 성실한 납세자를 모범납세자로 추천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세무조사가 사전검증으로 납세자가 장사가 잘 되었을 때 미리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세무조사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일정한 세금을 깎아주는 혁신적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없애고 납세자가 원할 때 세무조사를 나가는 경우도 만들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을 때 세무조사를 나가는 쪽으로 세무조사하는 것도 바뀌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금신고를 제대로 했는데 세무조사가 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도 있고 사람과 시간을 투자해서 세무조사를 했는데 추징세금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한 공무원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다만 세무행정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 변화를 할 때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세무조사에 대한 변화이야기는 오랫동안 세무조사를 담당해 왔던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렇게 바뀌지 않더라도 국세청이 국민의 시각에서 중요한 부분을 바꾸어 보려 노력하는 모습 자체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여주기 행정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세금 내어야 할 사람 제대로 세금 내게 하고 성실하게 세금 이미 내 있는 사람은 더욱 편하게 세금 낼 수 있도록 국세청이 변화하자는 것이다. 세무서에 직접 방문하거나 홈택스에 방문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세청의 변화의 노력을 느끼게 해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이 국세청이 징수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