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세금을 ‘늑장 납부’하는 사례가 이번 윤석열 정부 출범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입각세’다.
올해에는 어떤 인물들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다가 뒤늦게 장관직에 오르려 부랴부랴 납부했을까. 문제는 매 인사청문회 때마다 세금을 ‘늑장납부’ 하는 이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수 많은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이 청문회마다 지적되는 입각세 논란을 ‘몰라서’ 그동안 세금납부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새정부를 이끌어갈 장관 후보자 중에서는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자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부 장관 후보자 등이 후보자로 지명되자 뒤늦게 세금을 늑장 납부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조 후보자의 장남이 강남에 보증금 2억4000만원에 월세 30만원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수협에서 청년전월세 대출상품으로 1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경제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1억4000만원의 자금출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조 후보자는 후보자 자신과 친지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증여세 644만9000원을 지난 2일 납부했다. 조 후보자는 증여 신고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납부한 것이므로 늑장 납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여 신고기한 막바지에,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에 세금 납부를 납부하면서 입각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증여세를 늑장 납부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아파트 구매지분 5억4000만원, 예금 6억원 등 11억4000만원을 부인에게 증여했는데, 장관 지명 직전까지 부부간 증여 내역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관으로 지명된지 사흘 만에 증여세를 신고하고 가산세 1억1600만원을 포함해 총 2억1900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온 후보자가 모른다는 이유로 그간 증여세를 납부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판을 받았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도 차녀에게 지난 3월15일 전세자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일주일만에 납부했다. 조승환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증여세 신고납부 법정기한을 넘기지 않아 늑장 납부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납부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오며 누구보다 법과 원칙을 따라야할 고위직의 행보로 유감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를 앞두고 뒤늦게 세금을 납부했다. 이창양 후보자는 배우자가 부모로부터 서울의 상가 3채를 물려받고 월세를 이 후보자의 장모가 받아왔는데 액수가 1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 가족은 청문회를 앞두고 세금을 납부했다. 이 후보자 역시 증여세 납부 대상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미성년 자녀에게 수천만원을 주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문제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가 합동참모차장이던 2018년 15살이던 차녀의 신고재산은 예금 760만원이었으나, 인사청문요청안에는 63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나있었다. 예금이 1250만원, 증권이국내기업 2300만원 상당, 테슬라, 애플 등 미국기업 2700만원 상당으로 5000만원 이상이었다.
이와 함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 두 아들(1993년, 1996년생)의 청약통장을 개설하며 2012년까지 각각 2675만8000원을 입금하고 현금 증여를 계속해 두 자녀의 통장에는 각각 3179만원씩 보유하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증여세 납부대상이 아니라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장인으로부터 주택을 헐값에 매입해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 후보자는 당시 공시가격 제도가 없어 증여세 탈루는 없었다고 반박했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어머니와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증여세 탈루 논란이 일었는데 한 후보자는 증여세 회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외제차구입을 위해 딸 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근무 당시 27세이던 딸이 4500만원에 해당하는 2019년식 벤츠 C200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딸의 예금은 모두 1300만원을 갖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이에 청문회과정에서 질의가 이루어지자 당시 3000만원을 대출해 빌려줬고, 공직자재산신고에는 실수로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형제들이 홍콩에 설립한 비상장회사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권 후보자 측은 내야할 세금은 모두 납부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