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이 `18년 4월 한진가 2세들이 故 조중훈 창업주의 스위스 비밀계좌 등 해외 자산을 상속받았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조양호 전 회장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고, 상속세와 가산세를 포함한 852억 원을 부과한 가운데 원고 측이 가산세 산출근거를 보다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 김수정, 성재준)가 진행한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스위스 비밀계좌 관련 상속세 부과처분(상속세등부과처분취소)에 대한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나온 요청이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故 조중훈 창업주가 사망한 `02년 11월 이전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580억 원이 인출됐으나 이에 대한 세금이 납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납세자가 해외계좌에 대한 신고를 누락할 경우 우리나라 과세권이 미치지 않아 파악이 어렵고,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곤란하게 하는 만큼 사기·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원고 측은 “피고(과세관청)측이 제출한 가산세 산출근거를 살펴보면 일반 그리고 부당 가산세가 큰 틀에서 나눠져 있으나 금액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증여와 상속에 있어 각각 어떠한 부분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여겨 과세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 역시 “피고측에서 가산세 산출근거를 자세하게 세목별로 밝혀 정리한 후 제출해 달라”며 “해당 자료가 제출되면 원고가 반박하는 방식으로 공판을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도 이번 공판에서 다뤄지고 있기에 해당 부분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며 “피고측에서 이미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원고측도 자료제출 의사가 있다면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상속세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다. 故 조중훈 창업주의 스위스 비밀계좌 관련 상속세는 `13년 5월까지 부과할 수 있으나 ‘조세포탈’이 적용되면 15년까지 연장된다. 국세청이 한진가 2세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시점은 부과제척기간이 종료되기 한 달 전인 `18년 4월이다.
당시 한진가 2세들은 해외 자산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故 조중훈 창업주가 사망했던 시점에서 10년이 지난 `16년에야 비밀계좌의 존재를 인지했고, 고인이 사망한 6개월 뒤인 `03년 5월부터 10년 즉 `13년 5월까지만 과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스위스 비밀계좌는 최상위 고소득층과 같은 특정 집단이 아니면 접근이나 이용이 어려워 ‘탈세’ 목적이 내포됐고, 故 조양호 전 회장이 후계자로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기에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수백억 원이 인출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