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아 올해 연방정부가 내놓은 '통독 연례보고서' 역시 구동독의 경제력 크기는 많이 증가했지만, 서독과 격차는 여전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통일 이후 지속한 레퍼토리의 반복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덧붙여 동, 서독 주민 사이에 놓여 있는 마음의 장벽 붕괴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뿌리 깊은 구조적 요인이 경제력 격차를 유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수출 부진, 혁신 지체, 대기업 부족이다.
이 진단에 따라 동독 지역에 투자를 늘리고 혁신 강화를 이끌면서 국제화를 유도한다고 나서지만, 격차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력 격차는 특히 1990년 통일되기 이전부터 동, 서독 사이에 존재한 불균등 발전과 산업 분포 차이에 기인한 것이므로 균등화 달성이라는 이상적 목표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실 통일 직후 동독은 건축업 활황으로 성장하다가 이후 굴곡을 거쳐 지금은 서비스업과 2차 산업 분야를 주된 성장동력으로 삼는 상황이다.
작년 현재 서비스업과 2차 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기 68.0%, 30.2%이다. 2차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과 건축업이 각기 17.5%, 7.1%가량이다. 구서독의 제조업과 건축업 비중이 23.5%, 4.5%인 것과 대비된다.
연방정부는 구동독 지원을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 1991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에 추가로 붙는 연대세(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7.5% 세율의 연대세는 1년 만에 폐지됐다가 1995년 재도입된 이후 1997년부턴 5.5%로 낮아진 채 적어도 2019년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 세제는 말 그대로 '연대 정신'이라는 당위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애초 논란의 중심 소재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 다수세력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등 보수 진영은 점진적 감축이나 폐지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연정 소수당인 사회민주당(SPD)과 야당인 녹색당은 2019년 연대협약 종료 후에도 연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다.
CDU-CSU는 구동독이 이미 크게 발전한 만큼 연대세가 필요 없다는 논리인 데 반해 SPD 등 진보파는 동독을 포함한 독일 전역의 경제활성화 자금원으로 활용하자는 논거이다.
정치권은 그러나 동독 지역만을 위한 지원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자는 데 뜻을 모아나가는 만큼 앞으로 양 진영 간 합의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정치권과 정부는 또한 동, 서독 구별 없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일부에선 더 고질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도농 간 격차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