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김창기號 국세청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게 됐지만, 조직안정과 국세청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쉴 틈이 없이 달려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데 비해 성장세는 약화되면서 민생의 어려움이 겹쳐 경제위기가 닥친 상황이다. 코로나 대응으로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어나고 저출산·고령화,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 통화 긴축 가속화 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도 크게 확산되는 등 국내외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세청은 국세수입 300조원 시대에서 국가 재정의 근간인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무거운 사명과 함께 민생을 지원하기 위한 세정지원 강화, ‘세무서 방문 없는' 모든 세무서비스의 온라인화, 신중한 세무조사 운영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코로나19도, 전쟁도 아닌 국세청 내부에서 소리소문없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김창기 청장이 문제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김창기 청장은 취임사에서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왜 혁신을 외치고 있는 것일까.

직원들의 불만 1위는 악성 민원을 꼽는다. 돈이 오고 가는 만큼 민원인들이 화난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민원인과 직접 대면하는 대부분의 하위직들이 민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서 조직으로부터 받는 보호장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적극행정을 펼치고 싶어도 부담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물론, 국세청 직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국민들은 ‘편안한 납세서비스’를 제공받고 친절로 중무장한 세무공무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은 몇몇 악성민원으로 ‘욕받이’가 되고 나면 회의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공직보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다보니 업무분장은 잘 되어있지만 강도가 높다는 특징도 있다. 성적순 혹은 실적순으로 줄세우는 문화도 스트레스에 한 몫한다는 것.

이와 함께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이 강조되던 옛 시기와는 다르게 시대가 변하면서 MZ세대와의 갈등도 심화되어가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보상을 급여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승진을 바라고 있는데 압정형 구조의 조직 특성상 승진 적체도 심각한 곳으로 꼽히며 동기부여도 쉽지 않다. 최근 세무직렬에서는 지방세를 1순위로 꼽은 다음 거기서 낙방할 경우 국세청으로 온다는 경우도 많다.

우수한 인력은 빠져나가고, 고도의 전문성 등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퇴사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지난 2015~2019년 세무직 9급 합격자 6370명 중 1838명(28.85%)은 임용을 포기했다는 통계도 있다. 임용을 하더라도 ‘10년만 채우고 나간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특정 영역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10년차 직원(7급)이 된다면, 6급으로 승진을 포기하고 세무사 등 민간으로 이직하는 인재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국세청 조직의 진정한 위기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혁신을 바라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화답하듯 김창기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저부터 일선의 실무직원들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진심을 다해 소통하겠다’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국세청장이 ‘MZ’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창기 청장이 직원들과의 소통, 그리고 복지 등 어떤 방향으로 숙제를 풀어나가느냐가 국세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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