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건국대 법학원 국제회의장…국내 조세석학들 대거 참석 ‘성황’
정부관계자 "부동산세제, '전가의 보도' 아니다…부동산투기 막을수 없다"

◆6일 조세학회 연합학술대회 제3세션에 참여한 석학들. 좌로부터(오문성 한양여대교수, 노영훈 조세연구원 박사, 고광효 기재부 재산세과장, 김웅희 조세연구소 박사, 정병룡 조세연구포럼 회장, 문희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안경봉 국민대 교수, 안창남 강남대 교수)

부동산과 세금.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조세를 통해 이를 제어하려고 할까. 우리는 조세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부동산 관련 조세입법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런 지난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대한민국 조세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법학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조세연구포럼, 한국국제조세협회, 한국세법학회, 한국세무학회, 한국재정학회 등 내로라하는 5개학회가 연합학술대회를 가졌다.
1세션은 한국세법학회가 발제한 ‘부동산 무상거래와 관련한 취득세 과세표준제도의 문제점’과 한국세무학회에서 발제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과 부동산정책을 위한 부동산세제 개선방안(취득세와 보유세를 중심으로)’이라는 두 주제를 놓고 다른 학회끼리 토론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세션은 한국재정학회에서 발제한 ‘우리나라 주택소유 및 점유형태의 정책적 시사점’과 한국국제조세협회에서 발제한 ‘해외부동산투자의 쟁점과 과제(해외금융재산신고제의 도입에 즈음하여)’라는 두 주제를 놓고 토론을 펼쳤다.
3세션은 한국조세연구포럼이 발제한 ‘부동산정책세제의 정책적 평가와 입법적 문제’를 중심으로 각 학회와 언론, 정부 관계자의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그만큼 적절하게 선정된 주제와 함께 부동산과 조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각 세션에서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그리고 많은 지적들과 해법들이 나왔다.
“취득세 내리고 보유세 올리면 주택시장 더욱 침체될 것”
지방자치단체가 불합리한 시가표준액에 기초해 취득세의 과세표준을 계산하고 있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취득세의 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보유세의 부담을 올리게 되면 조세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주택가격은 하락하게 되어 주택시장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리고 미국의 해외금융재산신고제도(FATCA)를 중심으로 한 해외부동산 투자시 발생할 수 있는 세무상 다양한 쟁점에 대한 고찰과 함께 해외부동산거래와 관련한 이중과세, 조세회피 문제, 해외부동산 양도차익 계산에 대한 실무상 쟁점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제3세션. 우리나라의 부동산 조세입법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리고 입법에 대한 평가와 입법상의 문제에 대한 토론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리고 이 토론에는 입법당국인 기획재정부 세제실 과장이 직접 토론에 참석해 우리나라 부동산 조세의 입법과정과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토론회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3세션의 주제발표는 한국조세연구소의 김웅희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그리고 정병룡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노영훈 박사(조세연구원), 오문성 교수(한양여대), 문희수 논설위원(한국경제신문), 안경봉 교수(국민대), 안창남 교수(강남대),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 재산세과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부동산세제 입법, 중장기적 일관되게 추진 필요”
“부동산세제의 입법은 대증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를 국세로 분류해 누진세율로 적용하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 조세는 국민 동의의 산물이어서 절차나 과세 효과 등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공표해야 한다”는 등 아주 쎈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국회의 ‘통법부’ 현상, 위임입법 한계의 일탈, 과잉 ‘통칙행정’으로 부터의 절차적 정당성 원상회복 문제 등 조세학계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면모만큼이나 무거운 지적들이 이어졌고, 눈길을 끌었다.
이날 3세션의 지적들은 즉시 문답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보통의 토론회는 전문가들만이 참석해 갑론을박을 통해 문제점만 나열하거나 일부 결론을 도출하기도 하지만 정책당국자들이 받아들이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달랐다.
이런 수많은 지적들에 대해 정책 당국자인 고광효 기재부 재산세과장은 아주 명쾌하고 진솔한 토론으로 참석자들을 흡족하게 했다. 모두 다 기록으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고 과장은 먼저 부동산입법이 대증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자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인하, 신축미분양주택과 기존 1세대주택자의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추후 팔 때 양도세 5년간 감면제도,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 폐지, 비사업용 토지 폐지, 임대사업자 세제지원 강화 등 지난 4.1대책과 종부세의 지방세화로 압축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정책 방향은 비정상적인 과세제도를 정상화 시키고, 거래세보다 보유세 적정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득세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종부세 지방세화 등의 경우 과거정부에서 대증적인 정책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써 즉 과잉입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는 계절이 바뀌어 과거의 옷을 벗고 새로운 계절에 맞추어 새 옷을 입자는 측면에서 반드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정책 대증적 요법 사실, 그러나 ‘마중물’ 역할 차원이다”
하지만 그는 “신축미분양 주택, 1세대1주택자로부터 주택을 취득하는 구입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감면은 사실은 과거나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대증적인 요법인 것이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는 부동산 시장이 너무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마중물’로써의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의미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또 부동산 보유세를 국세로 분류해 누진세로 적용하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정부에서 종부세를 지방세화 하는 것을 굉장히 미적거렸으나 새 정부들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종부세는 지자체의 서비스 대가라는 점에서 지방세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부세는 부동산투기 방지용 아니다”
이어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방지용이고, 재산세는 일반 재산세인데 이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연히 통폐합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지금의 종부세는 부동산투기 방지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종부세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세수가 3조원 가까이 되었으나 현재는 1조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납세자수도 많이 줄었다는 점 등에서 부동산투기 방지용이라기보다는 세율구조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사실상의 재산세 성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폐합하면 종부세 구조가 정부합산이기에 종부세수가 1/3 가량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종부세를 통합할 경우 전국적으로 토지나 주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줄어드는 세수의 수혜자가 고재산가들이라는 점에서 그렇잖아도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운데 오히려 고재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주게 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지자체와 같이 거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는 국민동의의 산물이고 과세요건 절차와 효과를 미리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국민이 재산권행사의 방향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 과장은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부동산 세제는 그 성격상 사전에 미리공표하기 어렵다. 미리공표하면 시장이 적응을 하게 되어 거래동결효과나 사재기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장시간 공표를 할 수 없고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세제로 부동산 투기 막을 수 있나?”
고 과장은 '부동산세제로 부동산투기를 막을 수 있느냐. 전가의 보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동산세제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어서 세제로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나 투기가 심하게 일어나면 언론이나 관련업계 등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요구가 온다는 점 때문에 세제실에서도 대증적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대증적 요법을 적기에 거두어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러면서 “세제실은 부동산 세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항상 반대 입장이다”라는 점도 털어놓았다.
이날 조세연구포럼이 주최한 연합학술대회는 오후 1시 30분부터 7시가 넘게까지 진행되었다. 발표자와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시간도 충분히 주어졌고, 플로어 질문도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즉 토론자들이 시간에 쫓기어 할 말을 잘라야 하는 여느 토론회와는 달랐고,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조세학회의 원로인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세미나, 학술회 등을 다녔지만 오늘 처럼 예상보다 1시간이나 늦게 마무리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대한민국 조세제도의 발전이 기대된다”며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재산세제도가 어지럽게 된 것은 1990년 도입되었던 잘못된 세제인 ‘종합토지세제도’ 때문"이라는 비판을 가하면서 "오늘 학술대회가 부동산과 관련한 좋은 제도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