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7월 21일자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올해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역동적 혁신성장을 통한 세수의 선순환’을 목표로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면서, 조세인프라 확충 등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세제를 합리적으로 재편함으로써 민간·기업·시장의 역동성 및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세부담의 적정화 및 정상화를 통해 민생안정 및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 전반에 대한 검토와 구체적인 내용 몇 가지에 대한 평가, 그리고 앞으로 검토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면적인 세제개편 기본방향에 비해 내용은 아쉬운 점 많아
정부의 세제개편안 주요 내용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먼저 경제활력 제고 방안으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의 조정과 해외 및 국내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의 합리화, 일자리 및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의 신설 및 국가전략기술 등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의 확대, 원활한 가업승계의 지원을 위한 가업상속공제 및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실효성 제고 및 납부유예제도의 도입, 금융시장 활성화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유예 및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시 대주주 기준 완화와 증권거래세의 인하 등이 들어있다.
다음으로 민생안정 방안으로는 서민 및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의 조정 및 식대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근로 및 자녀장려금 재산요건의 완화 및 최대 지급액의 인상, 월세세액공제율 상향과 연금계좌 세제혜택 및 퇴직소득세 부담의 완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의 적용기한 연장과 영세사업자에 대한 체납액 징수특례 연장, 지역균형 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낙후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전 시 세액감면 확대 등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제도의 개선, 부동산세제의 정상화를 위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세율 및 세부담상한의 조정과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기본공제금액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들어있다.
그리고 조세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소득파악 및 세원양성화를 위해 전자세금계산서 및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의 확대 및 불요불급한 비과세나 감면제도의 정비, 조세회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제도를 합리화하고 업무용승용차의 사적 사용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렇듯 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은 윤석열 정부들어 첫 세제개편안이라는 점과 정부가 밝힌 올해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을 볼 때, 세제개편안 준비에 대한 시간부족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민생 관련 내용들이 많이 빠진 듯하여 내용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데, 앞으로 다양한 의견수렴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이 경제활력 제고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력 제고를 기치로 법인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서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22%로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현재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인 경우 10%의 최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일정요건을 갖출 경우 과세표준 5억원까지 확대하여 1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최저세율 구간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법인세 부담의 경감을 통해 어느 정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지분율 요건을 완화하고 익금불산입율을 늘려주는 방안과 고용증대세액공제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세액공제액도 대폭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들어가 있는데 이런 개정안들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제활력 제고방안 중에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방안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데, 예를 들어,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대상 기업을 현재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서 매출액 1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상향조정하고, 공제한도금액도 가업영위 기간에 따라 400억원부터 1000억원까지로 대폭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업상속이나 가업승계에 대한 사후관리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고용유지요건도 완화하는 등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업상속이나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을 계속 확대해 오고 있는데, 가업상속과 가업승계에 대한 세부담의 경감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증대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세제지원의 정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여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일자리창출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결국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세제지원을 통한 부의 대물림만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 방안 더 고민해야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방안 몇 가지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과연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으로 내세운 세부담의 적정화와 정상화를 통해 민생안정과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먼저, 정부는 우리나라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수가 8개 구간으로 OECD 국가 평균이 5.1개 보다 많다고 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를 통한 민생안정을 이유로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현재 최저세율 6%가 적용되는 구간이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인 것을 1400만원으로 200만원 상향하고, 15% 적용 구간을 4600만원 이하인 것을 5000만원으로 400만원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저 소득세율 6%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이 2008년 이후 한 번도 변동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물가상승율과 소득증가율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는 납세자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민망한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근로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식대도 월 10만원 이하에서 월 20만원으로 상향조정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식대 비과세금액에 대해 개정요구가 빗발쳤음에도 이제야 이 정도로 반영되는 것도 만시지탄이라 할 것이다.
비록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민생안정을 위해 앞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때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인적공제액을 시간경과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과 물가상승율 등을 감안하여 실질적으로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될 수 있도록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인적공제 중 거주자 본인과 소득금액이 연간 1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총급여액 500만원 이하)인 배우자나 부양가족 등에 대하여 적용하고 있는 기본공제의 경우 2008년 말 소득세법 개정 때 1인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된 후 1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변동이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경로우대자나 장애인 등에게 부여하는 추가공제의 경우에도 경로우대자에 대한 추가공제는 기존에 65세 이상인 자에 대하여는 연 100만원, 70세 이상인 경우에는 연 150만원을 공제하던 것을 2008년 12월 말에 70세 이상인 자에 대하여 1명당 100만원으로 공제액을 조정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추가공제도 기존에 대상자 1명당 연 100만원을 적용하던 것을 2004년 말에 1명당 200만원으로 공제금액을 인상한 후 현재까지 변동이 없는 상태이다. 종합소득세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서 현재 최고세율이 45%까지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비에 대한 공제라고 할 수 있는 인적공제액을 십 수 년 간 동결하고 있는 것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제에 사회 변화상 수용하는 노력도 해야
정부의 이번 세법개정안 중에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상속세 인적공제대상에 태아를 포함시켜 자녀 및 미성년자공제 적용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최근 조세심판원의 상속개시일 현재 출생하지 아니한 태아에 대하여 인적공제를 배제하는 것은 과세형평이나 인적공제 규정의 합목적성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는 결정에 대한 입법적 보완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젊은 층의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혼인기피 현상과 저출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혼인과 관련된 세법의 규정들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현행 세법에서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경우의 배우자의 범위는 거의 예외 없이 법률혼 배우자로 한정하면서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 할 것이다. 혼인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련 제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사실혼 배우자도 세법상 배우자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세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속세제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제개편안에 이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정부도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우리나라의 상속세의 최고세율이 OECD 국가 중에서 일본에 이어 2위로 높고, 또한 상속세를 운영 중인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 외에는 상속세를 유산세 방식이 아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면서도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재산의 증가 없이 상속세 과세표준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현재 동거주택 상속공제 적용대상을 직계비속인 상속인으로만 하고 있는 것을 배우자인 상속인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1세대 1주택자의 사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배우자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혼인생활 중 일방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변경하거나 증여를 하는 경우 증여세 납부세액이 발생하지 않던 것이 물가상승과 부동산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증여세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여, 2007년 말에 기존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조정된 후 현재까지 변동이 없는 거주자가 배우자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증여재산 공제액을 상향조정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성년인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10년간 50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에 기존 공제금액 3천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상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이나 주거비용의 증가 등을 감안해보면 직계존속으로부터 직계비속으로의 증여에 대한 현재의 증여재산공제금액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직계존속이 성인 직계비속에게 증여할 때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하고 있는 금액을 현재 10년간 5000만원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1억원 또는 그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