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700억원대의 법인세 부과 판결을 취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리며 세무업계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재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한 것은 역사상 세 번째 일이다. 헌재는 왜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된 판결을 뒤집었을까.
사건은 GS칼텍스가 지난 1990년 10월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는데, 시행령에서 정한 기간인 2003년 12월31일까지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게 됐다.
이에 역삼세무서장은 2004년 4월16일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재계산한 1990사업연도 이후 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및 자산재평가세 등 약 700억원을 부과한 것이 사건이다.
GS칼텍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는 패소, 항소심에서 승소, 대법원에서는 다시 파기(대법원 2006두17550)돼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서울고법 2008누37574)됐다.
고법에서 GS칼텍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
헌법재판소는 2012년 “구 조세감면규제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09헌바123)을 했다.
이에 GS칼텍스는 한정위헌결정 이후 파기환송심 판결인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재심 청구를 기각(서울고법 2012재누110)했고, 이에 대한 상고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대법 2013두14665)했다.
결국 GS칼텍스는 재심기각판결 및 그에 대한 재심상고기각판결,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이루어진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 및 재심대상판결인 파기환송심판결, 피청구인의 과세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배경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인 재심기각판결 및 재심상고기각판결이 GS칼텍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법원의 판결 및 법원의 재판을 거쳐 확정된 행정처분인 GS칼텍스에 대한 과세처분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차단된 것이므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과세처분도 이 사건에서 함께 취소해야 한다는 재판관 이석태,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