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국세청장이 7. 22.(금) 취임 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했다. 국세청은 이날 ‘국민의 국세청,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8대 중점 추진과제와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적극 실천하기로 결의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의 첫 관서장회의 주요 화두는 경제활력 지원과 신중한 세무조사였다. 경제활력 지원은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국세청의 고민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신중한 세무조사의 천명은 다소 의아하다. 세무조사 축소가 경제활력을 지원한다는 논리는 비약이 과하다.
세무조사는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국세청의 칼이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는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자발적 성실신고 분위기가 정착된다. 탈세 유혹의 심리를 차단하는 데는 세무조사만큼 유효한 장치가 없다. 국세청 조사인력 운용상 전수조사는 불가능하고 실익도 적은 편이다. 그래도 모든 사업자가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세무조사를 받고 검증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별한 탈세 정황이 없어도 정기세무조사가 예측되면 탈세에 대한 심리가 사전에 차단된다.
물론 조사행정의 여건에 맞게 간편조사나 서면조사 등의 기법이 활용될 수는 있다. 정기조사의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연구과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매년 세무조사를 축소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국세청의 세무조사 조직이 적을 때도 지금보다 세무조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필요 없는 세무조사가 있었거나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무리한 세무조사가 있었다는 방증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신고 성실도가 높아지면서 사업자 수 대비 조사 건수의 축소는 당연하고 세정 발전의 지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소수 엄정 조사로 행정력을 절감하면서 세무조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핑계도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 상황은 더욱 복잡다기화하는 양상이고 세무조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 국세청도 인지하듯이 플랫폼 사업자의 증가와 가상화폐의 등장 등 새로운 사업환경은 탈세유형도 예측 불가한 경우가 증가할 것이다. 조세제도와 세정환경이 다른 많은 나라들과 관계를 맺는 세계적 기업의 증가 등도 검증의 필요성이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세금이 없는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 사례에서 보듯이 해외 이전가격에 대한 감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이다. 세무조사를 줄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부동산 편법 거래를 통한 부의 세대 이전이 유행되는 국내 부동산시장도 세무조사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제조업에 전념해야 할 기업들이 공장의 지방 이전이나 공장 부지의 용도변경 등 부동산을 이용한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는 기현상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세무조사를 축소해야 할 명분은 매우 약하다. 경기침체가 세무조사 축소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무조사를 축소하는 것은 ‘억지춘양’이다. 세무조사가 납세자를 괴롭힌다는 생각도 구시대적 논리다. 기업들은 세무조사가 달가울 리는 없다. 그러나 틀어도 먼지 날것이 없고 세무조사로 성실납세가 입증된다면 오히려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탈세에 대한 유혹을 사전 차단하여 건전한 납세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세무조사에 대한 경외심이 높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세무조사가 국세청의 최후 보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의 덕목으로 따지자면 납세 지원보다 세무조사가 우위에 있다. 성실납세 환경조성을 통한 무리 없는 세수 목표 달성이 국세청의 존재 이유라면 세무조사의 가치는 더욱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납세자 불편을 줄이는 것이 경제 활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왜곡 가능성이 있다. 세무조사 축소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세무조사 축소가 진정으로 납세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무사의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력이 더 강하고 요리사의 칼은 사용할수록 빛난다”고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사업자를 처단하는 칼이 아닌 성실신고라는 재료를 요리하는 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