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2021년도에 연평균 1만4322건을 실시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2000건 가량 조사를 축소한 것인데, 올해는 이보다 더 감축해 1만4000건 가량을 조사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세무조사는 두 가지로 나뉜다.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정기조사’, 그리고 신고내용에 오류나 탈루가 있으면 나서는 ‘비정기조사’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관서장회의에서 국세행정 운영방향을 밝히며 정기조사와 간편조사를 확대하고, 간편조사에는 납세자가 조사를 받기 원하는 시기를 선택하는 ‘조사시기 선택제도’도 도입한다고 했다. 특히 간편조사를 법인·개인 조사의 20% 수준까지 확대한다고 밝혔으므로 사업자 10명 중 2명은 간편조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 간편조사란?
국세청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중소기업의 세무부담을 줄여준다며 정기조사, 비정기조사가 아닌 ‘비대면 중심’의 간편조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세무조사보다는 문제를 도와주는 컨설팅 위주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간편조사는 일반 조사보다 50~80%가량 조사기간이 짧다.
국세청 세무조사 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간편조사란, 상대적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신고한 것으로 인정되는 중소기업에는 단기간 조사를 실시하고, 금융조회‧조사기간 연장‧장부 일시보관 조치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반면, 회계·세무처리 과정에서 유의할 사항 안내, 경영·사업자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사를 말한다.
간편조사 대상은 정기조사 대상 선정된 납세자 중 수입금액이 500억원 미만이고 조사대상 과세연도와 직전과세연도 평균 신고소득률이 동일업종 평균 신고소득률의 60% 이상인 경우로 정하되, 사후검증 확인에 대해 응하지 않은 경우 등은 제외하고 있다. 그리고 고소득전문직인 경우 간편조사를 배제하고 있지만, 성실한 납세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간편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 모든 납세자에 간편조사는 불가능할까
국세청이 이렇듯 간편조사를 강조하며 간편조사의 확대를 약속하고 있는데, 간편조사만 하더라도 조사실익이 보장된다면 전체 세무조사를 간편조사로 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간편조사 방법으로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조세탈루혐의가 발견되면 일반조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간편조사의 비중이 낮아 불만이었던 업계나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현장조사 방식인 세무조사를 줄이고 자료를 제출받아 실시하는 간편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간편조사 확대’ 기조가 시작된 것은 임환수 전 국세청장 때부터다. 2016년 초 국세청이 관서장회의를 통해 ‘간편조사를 확대 운영해 중소납세자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바통을 이은 한승희 전 국세청장도 취임하면서 ‘중소납세자에 대해서는 간편조사를 확대하는 등 세무조사로 인한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검증 배제조치’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8년에도 간편조사의 요건과 방법을 완화해 수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의 성과평가시에도 간편조사에 대한 추징실적은 제외하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뒤를 이어 김현준 청장도 취임하며 간편조사 확대를 약속했는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간편조사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커지는 등 실제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간편조사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대구국세청의 경우 통합조사 대비 간편조사 비율이 ’18년 12.6%에서 ’19년 21%, ’20년 23.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간편조사를 말로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와 정권교체 등으로 정치적인 행보에 맞물려 간편조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전통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를 ‘컨설팅’ 위주의 납세서비스 제공 측면으로 다가가는 국세행정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간편조사 확대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세청이 세무간섭으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세무컨설팅을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으로 전환하는 등 납세자 입장을 더욱 생각하는 국세행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