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금융관료들과의 합작 론스타 ‘먹튀 사건’…결국 국민부담 ‘비판’

수조원 규모엔 추가경정예산 편성…3~4천억 원대는 예비비로 집행될 듯

지난 8월 31일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중재판정이 선고됐다. 2012년 제기돼 2022년 중재판정이 나오는 10년간의 대장정이었다.

중재재판부는 우리 정부에 2억16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억원과 2011년 12월3일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 론스타에서 청구한 금액은 46억8000만 달러로 약 6조1000억원이었기에 정부는 청구 금액 대비 95.4%를 승소하고 4.6%를 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자를 포함해 4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론스타에 배상해야 한다면 그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한 10년간 소송비용에 국민들의 혈세 478억원이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고 있는 95%라는 승소와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판정 이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취소 사유는 5가지다. 중재판정의 부적절한 구성,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인의 부패, 근본적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불기재 등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수용하기 어려우며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120일 이내 판정 취소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판정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자만 늘어난다. ISDS는 단심제여서 판정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확정되고, 판정이 취소된다면 처음부터 새로 중재를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형 로펌만이 사건을 독식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로펌의 수임료는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이번 판정에 따라 배상금을 국고로 배상해야 하지만 정부가 판정 취소를 구할 의지를 내비친 만큼 당장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취소를 신청하면 별도의 취소위원회가 구성돼 판단하게 되고, 취소가 결정될 때까지 판정 집행도 유예된다. 취소위원회의 판단도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1년 지연에 따른 이자는 부담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소되지 않고 론스타에 대해 배상이 확정된다면 관련 재원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수조 원 규모의 배상이라면 추가경정예산안을 고려해야 하지만, 3~4000억원대는 추경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SDS는 투자자와 국가 간 발생한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되파는 과정에서 4조원을 챙겼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6조원을 배상하라는 ISDS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먹튀’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인수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 핵심 쟁점으로 꼽혀왔다. 당시 은행법은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로 BIS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경우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었는데, 론스타의 인수를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금감위 등이 BIS비율을 조작했다는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사실상 ‘먹튀’가 맞다고 결론 났다.

이 과정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부총리인 추경호 장관 등 2003년 재정경제부에서 매각에 관여했던 인물들에게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통해 론스타가 천문학적인 차익을 얻도록 해준 책임이 있다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며 론스타에 매각을 승인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ISDS에 제출한 증인서면답변에서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비판받았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은 론스타가 수조 원의 차익을 거둘 때 과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고, 배상 여부와는 별도로 모피아라고 불리는 집단의 책임을 명확히 해서 국부 유출, 혈세 낭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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