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0일 종합정책질의…내달 30일 예산심사 마무리 목표

교과서 국정화 등 여야 대립으로 심사일정 지연 가능성

의사봉 두드리는 김재경 예결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견해와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서울대 김상헌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에 대한 통제와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경제분야 지출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적극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분야"라고 밝혔다.

복지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자세히 검토하고, 공공서비스 요금을 생산단가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조세연구원 김정훈 재정연구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수지균형을 위해 암묵적 조세부담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조세부담률을 인상하는 등 관리대상수지의 적자해소를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나랏빚을 관리하는 통합적 재정관리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윤희숙 연구위원은 "현재 소비와 투자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나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예산안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소비세율 인상,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그간 축적된 소득세 왜곡분을 바로 잡는다는 기조 아래 개별 세목의 재분배 기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위원의 지적이다.

반면에 한신대 강남훈 교수는 "중부담 중복지 내지는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증세가 필수인데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증세 없는 복지'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며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누리과정을 사례로 들며 증세 없이 예산을 편성하면 기존 초·중등 교육의 질을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내년 17개 시·도교육청의 세입추계는 55조2천억원으로 세출추계(61조2천억웝)보다 부족하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 역시 "양심적인 재정 전문가라면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증세불가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적자로 연명하고 채무를 키우는 것은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제성장은 중요하지만, 증세 없이 성장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은 너무나 궁색하다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김 교수는 "증세는 불가라고 해도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만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는 "조세정책 기조를 증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세부담률을 5년 정도의 시계에서 최소 2% 포인트 올리고, 이후에도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증세정책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조세부담률 제고 방안으로 법인세 정상화(인상), 금융소득 과세강화, 소득세율 구간 신설을 꼽은 뒤 주세, 환경세, 주민세 등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특위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은 뒤 28∼30일까지 전체회의를 열어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을 상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벌인다.

이어 다음 달 2∼3일에 경제부처, 4∼5일에 비경제부처를 상대로 부별 심사를 실시하고,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거쳐 내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노동개혁 등 현안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어 예산안 심사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하루 전인 오는 12월1일까지 예결특위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원안대로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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