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먼저 바깥 문제는 지난 8월 외부세무조정제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무사들의 젖줄로 불리는 수익원이 자칫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영리한 세무사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이나 한 듯 국가의 조세제도 입안을 책임지던 세제실장 출신인 백운찬 세무사를 회장으로 뽑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의 힘을 발휘했다. 아니나 다를까 백 회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외부조정제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법률에 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 정부의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국회 상임위에 상정된 상태다.

세무사들은 이런 발 빠른 대처를 놓고 세제실장 출신 회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백 회장을 선거에 출마하라고 권유한 사람, 그를 도와 당선시킨 사람, 그리고 지금 그와 함께 회를 이끌고 있는 집행부 임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물론 그 속에는 제도가 온전히 법률로써 살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포함돼 있고 또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세무사 주변 자격사들인 변호사, 경영지도사회 등의 견제와 반대 등이 겹치면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지만 회원들은 ‘그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기대를 아는 백 회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자마자 세무사회 내에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밤12시가 넘어서까지의 야간회의 그리고 아침회의를 거듭하는 등 백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세무사회는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물론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로 인해 세무조사권이 지방자치단체에도 부여돼 있는 부분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데도 모든 회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외환은 백 회장을 중심으로 집행부가 적극 나서면서 세무사들의 뜻대로 순항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솔직히 회원들은 ‘백 회장 한번 믿어봐!’에 기대를 걸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다소 느긋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세무사회 내부 문제(내우 內憂)는 날 믿어봐!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백 운찬 회장은 취임하면서 일성으로 “갈등과 분열의 암 덩어리는 용광로에 태우자”며 단합을 강조했다. 그동안 세무사회를 휘감아왔던 여러 가지 분파는 물론 회원상호간의 반목과 갈등 등을 치유하고 화합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기위해서는 모든 묵은 앙금은 1200도의 용광로에 태워버리고 화합의 길로 나가자고 호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백 회장의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상대후보 측에서 백 회장과 전임 회장을 고발(나중에 취하)하는가 하면, 현직 지방회장들과 친목단체장 등이 세무사회 윤리위원회로부터 ‘회원권리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등 내부사정은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여기에 몇가지 회운영과 관련 상임이사 한명이 사표까지 냈다. 이 문제는 관련 상임이사의 사퇴로 겉으로는 일단락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직 지방회장 등에 대한 징계문제는 용광로에서 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활타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급기야 최근 전직 세무사고시회장단(6명) 및 임원들이 현 고시회장의 징계와 관련 백 회장을 만나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서울지방세무사회도 전직 회장단들이 의견을 모아 백 회장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의 키는 백 회장이 가지고 있지 않다. 징계를 확정하는 곳은 이사회의 결의다. 백 회장이 고시회와 서울회의 전직 회장들의 건의를 수렴해 두 지방회장과 고시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없던 것으로 하자’고 이사진들을 독려할 것인가이다. 또 독려하더라도 이사들이 무조건 따를 것인가도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명의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중부회장의 경우 교육비문제로 징계를 받은 만큼 사안이 다르다는 데서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은 세무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기위한 선거관리위원장의 충정에서 나온 고뇌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를 뒤집을 명분 또한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임이사는 “이번 징계를 없던 것으로 한다면 이제 더 이상 세무사회 선거에서 ‘도덕’을 찾기란 힘들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또한 중부회장의 징계 역시 세무사회 감사가 야심차게 지적한 사안이고, 또 한 현직 감사 역시 “지적은 맞는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회장이 마음대로 이사들에게 의견을 표시할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한가지 있다. 선거당시 백 회장의 런닝메이트 부회장직을 수락한 한헌춘 현 부회장이다. 중부회 교육비 문제는 한 부회장 본인도 관련이 되어 있는 점에서다. 한 회원은 “한헌춘 부회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했다.

세무사회를 휘감고 있는 내우외환의 바깥 문제는 내달 초면 판가름난다. 그러나 안쪽 문제는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불태워질지 아니면 오히려 더 큰 불길로 살아날지 솔직히 예측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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