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비임비’ 세무서 111개 시대…그 운영비는 국민세금

국세청이 오는 6일 서울의 잠실세무서와 경기도에 포천세무서를 신설한다. 이로써 전국에 배치되는 세무서는 111개로 늘어난다. 이는 1999년 134개에 이르던 세무서를 99개로 줄인 후 14년 만에 줄인 숫자의 1/3이 복서(復署)되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1999년,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두 번째 국세청장에 취임한 안정남씨는 전국의 134개 세무서를 단숨에 99개로 줄이는 과감한 개혁적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당시 안 청장이 없앤 지역담당제와 함께 국세청이 꺼내든 개혁조치중 ‘백미’로 불렸다. ‘지역담당제까지 폐지하면서 세무서 숫자를 99개로 줄인다는 것은 세원관리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는 등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나, 안 전 청장은 서슬퍼런 개혁의 칼로 밀어붙였고, 단기간에 조직의 안정과 함께 그 해 세수도 거뜬히 확보해 내면서 제기되었던 우려를 불식시켰다.

국세청이 당시 세무서를 대폭 줄이면서도 세수와 세원관리를 무리 없이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국세청 조직을 기능별에서 세목별로 바꾸는 등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조치까지 함께 취하면서 가능했다.

국세청이 제2의 개청이라고까지 명명하면서 단행했던 개혁적 조치가 세월이 흐르면서 조직내부에서부터 세무서 증설론이 끊이지 않아왔고, 국세행정에 대해 조예가 깊지 못한 정부조직 담당부처들의 경우 국세청의 논리에 굴복, 세무서 확대안에 사인을 해왔고, 99년이후 지금까지 12개의 세무서가 ‘부지불식’간에 늘어났다. 특히 근례에 들어 늘어나는 빈도가 잦다는 데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년에 분당과 화성세무서를 늘리더니 채 1년도 안되어 올해 다시 두 개의 세무서를 더 늘리는 것이다.

국세청 조직의 세무서 증설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당장 서울지역만 해도 금천세무서와 성동세무서의 분리론, 은평세무서의 신설 이야기도 이미 오랜기간 퍼져오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서 신설요구 요청안이 또 언제 안전행정부를 급습할지 모를 일이다.

일선세무서가 하는 일은 주로 사업자등록증 발급, 세금신고 안내, 세금의 부과와 징수, 세금부과 징수에 대한 불복 처리, 징수유예, 체납액 징수, 세무조사 등 다양하다. 지역에 사업자나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업무가 늘어나게 되어 인원이나 조직의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세무서 숫자부터 늘린다면 전국적으로 몇 개의 세무서를 더 늘려야 할지 가늠키 어렵다.

업무량이 늘어난다면 ‘일 버리기’ 등으로 업무량을 슬림화하는 각고(刻苦)의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래도 필요하다면 직원을 늘리는 것이 세무서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에 더 가깝다. 직원들이 많아지면 세무서장이 결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세무서장 자리를 늘리는 식의 세무서 증설은 반갑지 않다. 세무서를 늘리면 조직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부서(운영지원과 등)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점에서 세무서의 증설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최근의 세무서 확대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지역민의 편의를 위한 세무서 증설이라는 논리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저기 부자들이 사는 강남을 보자. 서초, 삼성, 역삼세무서가 한 건물에 모여있다. 한 건물에 세무서장이 3명이 되는 것이다. 또 이번에 신설하는 잠실세무서도 한 건물에 두 개의 세무서가(송파,잠실) 동거하게 된다. 같은 마당을 사용하는 강동세무서까지 합하면 그곳도 ‘한지붕 세가족’이다.

수년전 국세청은 외부기관에 맡겨 조직진단 보고서를 만들었다. 거기엔 국세청 본청과 지방국세청, 세무서의 3단 구조간 중복된 기능들로 인한 비효율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세청은 당시 이 보고서를 헌신짝 버리듯 했다. 그러면서 곰비임비 세무서를 늘려오고 있다.

벌써부터 경기침체 등으로 올해 세수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무서를 늘려 징세비는 더 쓰겠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세무업무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하던 전직 국세청장들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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