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새해가 밝아왔다. 올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라 한다. 새해가 되면 또 한참 십이지, 12개 동물중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가지 동물 띠에 적, 흑, 청, 황, 백이라는 오방색을 붙여 모두 60가지 종류의 띠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에 따라 2023년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중국의 음양오행설에 사용하는 육십갑자가 매년 초에 자연스럽게 논의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의식은 과거, 역사에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자유롭지 않다.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짐작될 수 있고 좀 더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하면서 이루어진 세제와 세정을 보면 2023년이 어떻게 될지를 엿볼 수 있다.

2022년 12월 24일 어렵게 총지출 638조 7000억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었는데,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19개 법안도 이때 본회의에서 처리되었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세율이 인하되었고,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와 가상자산으로 올린 연 250만원(공제액) 넘는 수익에 2023년 1월부터 부과하려던 것을 2년 시행이 유예되었다. 법인세 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을 높고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하면서 예산안 통과시기가 이처럼 미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으로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이 현 6%에서 8%로 늘어났지만, 이후 대통령실은 2023년 1분기 중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최소 10%로 높이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22년 10월 12일 국회 제출된 지방세법개정안(정부안)은 아직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있다. 소득세법, 법인세법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었지만, 소득세, 법인세와 관련을 갖는 지방소득세에 대한 사항이 어떻게 될지 확정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지방세법이 예산부수법안이 아닌 영향도 있다.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소득이 있다면 소득세, 법인세 만이 아니라 지방소득세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데, 세법이 국회 통과되었다고 하지만 지방세 부분은 아직 진행중인 것이다. 이처럼 2023년이 되었지만, 정부로서는 아직 미진한 것이 있다고 보아 벌써 개정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고 지방세의 경우처럼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2023년 어떻게 될지 불확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문제 역시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이 될 것이고, 2023년에는 세제와 세정은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이루어질까?

세제분야는 상당부분 2022년 12월에 개정된 세법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현 정부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세법이 모두 개정된 것은 아니어서, 2023년 중반쯤에 2024년 세법개정안 논의시 다시금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세제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될 예정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정치적 지형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5년 임기의 대통령의 2년차의 모습을 올해 보게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앞 정부보다는 기업에 보다 우호적이고 성장에 보다 방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법인세 인하 여부와 정도가 국회에서 여야가 격렬히 충돌하였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부이든 성장, 분배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는 않고 무엇을 우선시 할지, 그리고 그 정도를 어떻게 할지의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도 분배를 강조하면서도 성장을 도외시 할 수 없어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또 분배를 소홀히 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세법개정시, 예산 지출부분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이 곳곳에 있기는 하다.

2023년은, 2022년에 있었던 금리인상, 물가 상승, 환율 인상, 부동산 가격 하락, 주식시장 침체 등 경제의 어려움 이외에 저출산 고령화, 소득격차, 자산격차, 세대간 갈등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은 한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출을 계속 늘려 어려운 사람들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미·중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인 여건이 어려움에도 수출을 늘리고 기업을 통해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제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과 기업주를 동일시해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기업주에 대한 지원으로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기업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으로 제대로 통제를 하고, 세제는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되살려 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쟁상대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세제의 변화에 귀 기울여 세제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세제실에 신설된 국제조세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세계 여러 나라가 실제 전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금전쟁이라 불릴 만큼 자국의 산업육성, 세수확보 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경제 10대 강국이 된 우리나라도 뒤쳐져서는 안된다.

국세청의 경우는 2022년 6월 13일 제25대 국세청장을 임명된 김창기 청장이 새해를 맞아 어떠한 과세행정을 보일지 기대된다. 소탈한 성품에 기획·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국세청장이 정부 기관 가운데서도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고 상하관계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국세청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에 대한 것이다. 아직도 2023년하면 계묘년(癸卯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쉬 전통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는 국민을 상대로, 1966년 3월3일 개청되고 57년째가 되는 국세청이 과거 권력기관중 하나였던 모습을 벗어나 징수기관이라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게 변모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국세청 스스로의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무조사에 대한 꾸준한 국세청 내부의 엄격한 자기통제, 기왕에 낼 세금을 국민들이 편히 내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제와 세정, 2023년 좀 더 다른 모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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