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수백조 원의 세금을 거두어들이면서 권력기관의 장으로 힘 자랑을 하던 전직 국세청장들은 퇴직 후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들은 국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서 활동하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 관련 쟁점이 늘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세무조사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전직 국세청 고위직들은 로펌이나 회계·세무법인에서 ‘0순위’로 영입해 간다.

특히 국세청의 최정점에 올라섰던 국세청장들도 어김없이 법무법인·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세정일보가 최근까지 근무했거나 현재까지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는 전직 국세청장 11명의 활동을 파악해본 결과, 로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국세청장은 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로펌행이라는 셈이다.

국세청장의 로펌행 시초는 `94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정권이던 88년도 제7대 국세청장을 지낸 서영택 청장이 국세청장에 이어 건설부 장관을 지냈는데, 퇴직 후 곧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제11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이건춘 청장은 국세청장을 지낸 이후 건교부 장관까지 영전했고, 이후에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을 시작해 2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태평양의 고문으로 몸을 담고 있다.

또한, DJ정부에서 제13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손영래 청장 역시 `05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서정의 고문으로 오랜 기간 활동 중이다. 효성 등 대기업의 사외이사 활동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14대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청장은 지난해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용섭 청장은 재경부, 심판원,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자부 장관, 건교부 장관 등 영전 코스를 밟았고 제18, 19대 국회의원도 역임했으며 제13대 광주시장 당선돼 작년까지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가 공직에 있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법무법인 율촌에서 둥지를 트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20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김덕중 청장은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풍산, 기아차, 삼성증권 등 대기업 사외이사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22대 국세청장을 맡은 한승희 청장은 올해부터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으로 옮겨 둥지를 트는 등 이건춘, 손영래, 이용섭, 김덕중, 한승희 청장 등이 로펌행을 택했다.

세무·회계법인에는 누가 있을까.

노무현 정부의 16대 국세청장인 전군표 청장은 광교 세무법인의 고문이자 현재는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광교 세무법인은 업계 ‘TOP 3’안에 드는 대형 세무법인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한상률 17대 청장은 세무법인 리앤케이의 회장으로 적을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19대 국세청장이었던 이현동 청장은 영남대 석좌교수를 지냈지만 곧이어 DJ 비자금 추적이라는 국정원의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어가면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세무법인 이원에 둥지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인 `17년도 말에는 연민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해 대표이사에 취임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3년 가까이 국세청장을 역임한 21대 임환수 청장은 유일하게 회계법인에 몸담고 있다. 지난 `20년부터 삼일회계법인의 상임고문으로 지내고 있으며, 삼일회계법인 역시 우리나라 회계법인 중에서도 넘버원인 곳이다.

한편 최근 퇴직한 김현준, 김대지 청장의 경우 퇴직 후 2년간 대형로펌 등으로 직행이 불가능한 만큼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은 없으며 사무실(세무법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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