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개청 이후~2000년대 초반까지 ‘지방청장→본청 국장’ 전보 인사패턴
2000년 이후부터 ‘지방청장’은 당연퇴직 자리로 굳어져 퇴직 후 고문 맡아
김창기 국세청장이 연말 고위직 인사를 실시하면서 파격적 선언을 했다. ‘지방청장’이 퇴직을 위한 정거장이 되지 않도록 ‘지방청 국장→지방청장→본청 국장’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실행에 옮긴 것을 꼽을 수 있다. 김 청장은 지방청장 후보군이라고 할 수 있는 본청 국장으로 올라가도 다소 젊은 축에 속하는 민주원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을 곧바로 인천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했다.
국세청의 전통은 지방청장 1년 후 후진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용퇴 문화가 있다. 대체로 지방청장이나 교육원장을 끝으로 퇴직하는 순서를 밟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방청장 임명 후에도 퇴직하지 않고 버티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임성빈 전 서울청장은 `20년 9월 부산청장에 임명됐고, `21년 7월 서울청장까지 잇따라 1급을 두 차례 약 2년간이나 역임했다. 직전 서울청장인 임광현 청장도 `20년 9월 서울청장이 됐지만, `21년 7월 국세청 차장으로 영전하는 등 1급을 두 차례 잇따라 하는 사례가 있었다.
물론, 2급지 청장에서 1급으로 승진하는 (2급)지방청장→(1급)지방청장의 사례는 꾸준히 있었다. 현재 강민수 서울청장도 `21년 대전지방국세청장, `22년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영전한 케이스이다.
또한 현재 국세청장을 맡고 있는 김창기 국세청장도, 퇴직 직전 중부청장 6개월, 부산청장 6개월 등 1급 청장을 두 차례 역임한 바 있다.
이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지방청장 1년 근무를 마지막으로 모두 퇴직했는데, 사실 지방청 국장→지방청장→본청 국장으로 가는 인사 사이클은 생경한 것이 아니다. 과거 국세청 개청 초기부터 약 40년간 당연한 코스였다.
최초의 서울청장을 지낸 배숙 서울청장은 서울청장→광주청장→중부청장→국세청 직세국장→대전청장→국세청 차장 등의 코스를 밟고 퇴직했고, 2대 이철성 서울청장도 서울청장→국세청 조사국장→부산청장→중부청장→국세청 조사국장→국세청 징세국장→국세청 직세국장을 지냈다.
이렇듯 국세청 개청 초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모든 지방국세청장 자리에서 본청 국장으로의 이동이 당연했다.
역대 국세청장만을 살펴보더라도, 11대 이건춘 청장은 경인청장→중부청장→국세청 국제조세조정관→서울청장→국세청장으로 승진했고, 12대 안정남 청장도 광주국세청장→국세청 직세국장→국세청 차장→국세청장 등 본청 국장직을 거쳐 승진했다.
15대 이주성 청장도 부산청장→국세청 기획관리관→국세청 차장→국세청장을 지냈다. 그러나 이주성 청장(`05년) 이후로 국세청장으로 영전하는 코스에 지방청장→본청 국장 코스는 사라지게 된다.
노무현 정부 후반부터는 조사국장→서울청장→차장→국세청장의 코스가 일종의 ‘엘리트 코스’로 굳어졌고, 이 코스에서 벗어나는 이들은 지방청장을 마지막으로 후진들의 승진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옷을 벗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민주원 인천청장 임명이라는 새로운 인사패턴이, 과거 군사 정부 시절부터 있었던 옛 국세청의 인사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