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결산서류 의무공시 공익법인수 1만953개
국세청은 종교단체와 학원 등을 비롯해 공익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꾸준히 실시해왔다. 국세청의 이같은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벌들이 복지재단이나 문화재단 등 공익법인을 소유하면서 사망 후 상속세 부과 없이 2세들에게 상속을 하는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정치권에서 재벌기업들에 대한 편법 창구라는 지적이 일자, 국세청은 공익법인이 재벌 일가의 부의 은닉처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시에 나섰다.
실제로 공익법인이 변칙 상속증여에 악용되는 것이 잇따라 드러나기 시작했고, 국세청은 그동안 사후관리만 해오던 공익법인에 대해서 조세회피 징후가 있다면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공익법인의 세무처리능력이 일반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사전지도도 충분히 한다는 방침이었다.
2000년대 초, 국세청이 법인 기부금 명세서를 법인세 신고 시에 제출하도록 하자,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는 국세청이 야당의 정치후원금 납입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고 추적해 자금줄을 죄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영리법인으로부터 기부받은 공익법인이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질타는 피할 수 없었다.
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안정남 국세청장에게도 청탁을 한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아태재단의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며 공익법인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그렇게 30여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공익법인은 ‘사전지도’가 필요한 존재다. 최근까지도 국세청은 “세무인력이 부족한 공익법인이 기부금 수입·지출내역을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전문상담팀을 운영하고 신고도움자료 제공하겠다”며 20년 전과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공익법인 논란은 정치권의 한 가운데 섰다. 이에 국세청은 ‘제2의 정의연’은 없는지, 공익법인에 대한 오류 검증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21년 2월, 국세청 법인납세국에는 ‘공익중소법인지원팀이 신설됐다. 법인세과에서 공익법인 사후관리, 중기 세무컨설팅,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등의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업무 과중으로 별도의 과단위 조직을 신설해 공익법인 검증과 지원역할을 전담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에 대해 간편하고 정확하게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세정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공익법인 특수관계인 해당여부 사전상담제’를 시행한다. 사전상담 제도는 공익법인이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사 또는 임직원의 특수관계인 해당여부에 대해 사전에 확인해 주는 제도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세무전문인력이 부족한 공익법인이 세법 규정을 알지 못해 의무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국세무서에 특별 창구를 운영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납부와 관련 자체 세무능력이 부족한 종교단체 등 공익법인이 최초 시행하는 법인 일반세율 특례제도를 희망할 경우 세무서에서 직접 세액을 계산해주기도 했다.
`22 국세행정포럼의 주제도 ‘공익법인’이 포함됐다. 박성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은 공익법인의 의무가 확대·강화되는 방향으로 세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고 국세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성실 공시 등 문제점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재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골프장, 유흥업소, 피부관리실 등의 사적지출 혐의가 일정금액 이상인 공익법인을 검증대상에 포함해 사적유용, 회계부정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세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검증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국세청은 최근 5년간 282개 공익법인에 대해 1569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