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미지정, 외국인 특혜 통상마찰 등 논란 불거져
공정위, 법개정·제도개선 등 외국인 동일인 지정 재추진
현행 법 제도에서 대기업의 동일인(총수)으로 외국인을 지정하지 않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법 개정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총수 아닌 총수'로 통했던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은 국내 대기업집단인 쿠팡의 총수로 지정되고, 외국인을 총수로 둔 쿠팡도 대기업 규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외국인을 대기업 집단 총수로 지정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주요 과제로, 동일인의 배우자나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 국적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했다.
공정위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기업에 속했던 쿠팡에 대해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김 의장을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쿠팡이 대기업이지만 공정위의 총수 미지정이 '외국인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져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공정위가 미국과 통상 마찰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 관련 규제를 받게 되지만 쿠팡은 2년 연속 대기업집단 동일인 총수 지정을 피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쿠팡은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의무에서도 비껴나 있었다. 지정자료는 해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각 집단 총수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현황 자료 등을 말한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은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규제에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된다. 동일인은 '6촌 이내' 총수 일가의 사업 현황과 주식 보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지정자료를 허위·누락 제출 시 총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감시하고 규제한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쿠팡 뿐만 아니라 쿠팡Inc는 물론 쿠팡 Inc 이사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의 이번 외국인 동일인 지정 추진과 관련해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 때문에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며 "가령 현재 동일인의 배우자나 동일인의 2세, 3세가 외국인이거나 또는 이중국적자인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 언젠가는 이들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원만하게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기업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당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의 현장조사 결과 총수 지정 근거를 찾지 못해 일단 지난해와 동일하게 했다"며 "다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제도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를 중단됐었다. 올해 공정위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 우려를 고려해 세계무역기구 등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