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심판청구 5553건(45.7%) 6개월(180일) 이상 소요…법정기일은 90일

“이기든 지든(인용이든 기각이든) 제발 빨리만 결론 내려달라”는 납세자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조세 불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무리한 과세로 힘들게 하지 않을 것”, “조세 불복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국세청장과 조세심판원장에게 “조세불복 절차를 잘 안내하고, 신속처리에 크게 기여한 공무원을 찾아 포상하고, 인사에 반영하라”고도 지시했다.

대통령은 모범납세자들에게 감사하는 자리에서 왜 ‘조세불복 절차’의 빠른 처리를 당부한 것일까.

대부분의 조세 불복은 ‘조세심판원’에서 진행된다.

조세심판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심판원에는 심판원장을 포함해 총 125명이 근무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8명의 심판관과 18명의 조사관, 65명의 서기관/사무관, 33명의 주무관으로 구성돼 있다.

`21년을 기준으로 심판관 1인은 1518건을 처리했고, 조사관은 715건, 서기관/사무관은 196건을 처리했다. `21년 한 해 처리해야 할 심판청구는 국세 기준 1만6588건으로, 이 중에서 1만2147건을 처리했다. 10건 중 7.3건만 처리되는 셈이다.

단순 계산상으로 심판관 8인이 심판청구 1만6588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한 달 1382건, 하루 69건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심판관 1인당 실제 처리 건수가 1518건이므로 한 달 126.5건, 하루 6건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하루 6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1건가량은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심판청구는 접수부터 결정서 수령까지 평균 6개월가량 소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심판청구 처리 기간을 살펴보면, `21년 평균 처리 일수는 60일 이내 279건(2.3%), 90일 이내 3870건(31.9%), 180일 이내 2445건(20.1%), 180일 초과 5553건(45.7%)으로 2건 중 1건가량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처리 일수는 196일로, 5년 전인 `17년 157일보다 39일 늘어났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심판청구는 청구일로부터 90일 이내 결정하게 돼 있으나 현실에서는 90일의 두 배는 기다려야 결정서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복잡하고 전문화되어가는 고액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불복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세금을 납부하고 불복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는 빠른 결정문을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로 불복절차를 진행한다면 가산세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불복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도 법에서 90일 안에 처리하도록 법정 처리 기한을 두고 있어 90일 이내에 모든 불복 절차가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복 절차가 늦어지면서 납세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힘든 시기가 늘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납세자 권리구제제도는 과세전적부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금이 불복절차마저 복잡한데다 인용률도 달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또한, 납세자가 행정심 단계의 불복에서 진다면 결국 사법심으로 가서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불복 기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8년 국세행정포럼 주제에 조세불복제도에 문제가 있어 심사·심판청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최근 3년(`19년~`21년)간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기한 준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정기한이 30일인 이의신청은 평균 44.3일이 소요됐고, 법정기한이 90일인 심사청구는 109.3일이 소요, 심판청구는 186.6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세 불복 총건수 대비 법정기한을 넘긴 건수의 비율이 이의신청 10.5%, 심사청구 26.5%, 심판청구는 80.5%로 나타나며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