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회는 지난 `06년부터 약 20년간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를 추진해왔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최근 법사위에서 ‘법안심사 제2소위’로 밀려나면서 그 배경에 주목이 되고 있다.

세무사회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변리사와 비슷한 시기부터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사위에서 번번히 막혀왔고, 변리사회도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의 논의 내용에는 “기술 영역에 대한 전문성만으로 소송대리에 대한 예외를 주었을 때, 그 외의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소송대리권을 달라고하면 뭐라고 할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세무사는 조세소송대리권 쟁취를 추진하고 있어 이날의 논의는 세무사업계에도 의미가 있는 회의였다. 그러나 결과는 ‘법안의 무덤’이라는 제2소위 회부로 끝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변리사 측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은 변리사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판단이 어려운 상황인데,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실제로 많은 사건에서 변리사가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변호사의 법률대리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변리사에게 소송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특허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수백억의 손해를 배상하게 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특허기술 내용을 잘 아는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변호사와 관련한 제도 개선은 쉽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율사 출신의 의원들이 다수 소속돼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변호사의 업역을 침해하는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는 것이 관례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세무사법 개정의 경우에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을 부여하는 폐지법안 등은 결국 법사위 문턱을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변호사에게 자동자격을 부여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한 것은 법사위를 통과해서가 아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로 회부되며 통과된 바 있다.

업계의 의견은 어떨까. 변리사 측에서는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변리사법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변호사 측에서는 변호사의 영역에 변리사가 끼어드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침해의 대상이 ‘특허권’일 뿐이지, 변리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 “2소위로 보내서 충분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사시 32회)을 포함해 많은 의원들이 법안심사 제2소위로의 회부를 요구했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20년간 논의했으므로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먼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사시 30회)은 “민사소송법 93조에는 개별대리의 원칙이라고 해 가지고 ‘여러 소송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각자가 당사자를 대리한다’라고 규정이 돼 있고, 이런 1항의 규정에 어긋나는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 약정 자체가 무효다라고 하는 개별대리의 원칙이 민사소송법의 대원칙”이라며 “2소위에 회부를 해서 이런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정할 부분이 있는지를 조정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사시 43회)은 “(변호사와 변리사가)공동대리라고 하는 기형적인 제도를 둘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할 수 있게 하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2소위로의 회부를 요청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변시 1회)은 “공동대리가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걱정이 있고, 공동으로 나갔을 때 의뢰인은 두 사람을 선임해서 가는 건데 그 경우에 과연 소송대리의 주도권은 누구한테 있는 거냐”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 외의 어떤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어떤 이유로 어떻게 설명하면서 요구했을 때,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했을 때 뭐라고 해야 될지, 그 해당 분야마다의 전문성과 특성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해 줄 수 있을지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역시 2소위로 회부를 요청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사시 31회)은 “변리사가 제대로 공동대리를 못 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는 의뢰인들도 지금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특허소송에서도 변리사들의 공동대리가 허용이 됐습니다만 오히려 그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인실 특허청장은 “변리사이기 때문에 또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의뢰인이 불편이 있었다라고 별도로 보고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 2소위로 갈 일이 아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들로부터 이게 빨리 통과돼야지 우리 특허권을 살려가고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면서 “논리규정에 얽매이면서 이런 식의 진행을 하지 않고 있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산자위에서 지금 몇 대째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20년 가까이 논의해왔던 것이므로 2소위에 갈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공인회계사)은 “이것이 과연 직역 간의 이해관계 충돌인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특허산업과 특허를 통한 혁신산업의 육성・양성을 위해서 필요한 법안인가, 감히 말씀드리면 본인의 직능 또는 본인이 속한 직능 단체를 대표하기보다는 과연 특허제도가 어떻게 운영돼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의원은 “변리사들이 직접 변호하면서 여러 가지로 재판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도 작년 국감에서 특허법원 재판관들로부터 직접 들었던 얘기”라며 “일본도 통과를 시켰고, 잘 아시는 대로 작년에는 EU에서도 변리사들의 직접 소송 참여를 허용했다. 굳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표현을 안 써도 전 세계가 이쪽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굳이 왜 이 도전, 이 변화를 20년째 막고 있어야 되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저는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2소위에 이것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논의는 예상컨대 거의 똑같을 것”이라며 “양측이 팽팽하게 된다 안 된다를 반복하고 내년 5월이 와서 폐기될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데 다시 또 2소위로 보낸다, 2소위가 뭡니까. 지금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 2소위입니다. 또 2소위에 가서 몇 달 끌다가 내년 5월이면 또 법안은 폐기되고 또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런 일이 저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법사위 관례가 2소위에 넘기자라고 주장을 하면 그냥 넘어가는 걸로 다들 그냥 그게 관행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뭐 그것까지 막을 힘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넘기더라도 최소한 2소위에서 일정한 시간은 정해서 이걸 시간 끌기용, 붙잡기용 이런 용도로 쓰이지는 않도록 최소한의 전제조건, 약속은 지켜져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인실 특허청장은 “변호사로서의, 대리인으로서의 어떤 자격 정도는 그 능력에서, 개인적인 능력에서 연수를 거쳐서 충분히 더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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