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21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과정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동향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문을 가져왔다. 세무조사 여부가 사전에 유출된다면 김만배 씨의 사례처럼 수표를 인출해 농지를 추가 매입하는 등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있으면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의 여러 세무조사 착수 소식은 ‘정치적 냄새난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송금 혐의의 쌍방울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이 해야만 하는 업무를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돼 있고, 쌍방울 조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파고들어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만배 씨의 재산 은닉에 관여한 조력자 중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도 쌍방울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세청의 중수부,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서울청 조사4국은 탈세, 비자금 조성 등 특정 혐의를 포착하고 나서는 곳으로 검찰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업에 대한 정기 조사와는 차원이 다르게 진행된다.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 비비안, 미래산업, 아이오케이컴퍼니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조사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고 혐의를 포착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것.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검찰과 국세청의 동시 조사를 받으면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또한 대우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도 서울청 조사4국이 나가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호남의 건설기업인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등 호남에 연고가 있는 기업들이 대우를 인수해왔던 만큼 대우건설도 정권교체로 인한 사정의 칼날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원희룡 장관이 노조개혁 관련 발언을 하자마자 국세청이 조사에 나서면서 호남 기업 타깃설이 수면위로 올랐다. 실제로 중흥그룹도 박근혜 정부에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칼부림의 한복판에 선 바 있다.

서울청 조사4국은 이뿐만 아니라 이상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탈세는 문재인 정부인 지난 `20년 제보됐다. 당시 공공운수노조는 이 전 의원이 법인세 및 종합소득세를 탈루한 내용 등 횡령, 탈세 등의 의혹을 서울지방국세청에 제출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를 자회사인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과 자녀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등 500억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선거법위반 등 각종 혐의로 결국 의원직을 잃었다. 그렇게 정권이 교체된 후 검찰이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수사에 나섰는데, 국세청도 이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눈길을 끌게 된 것.

또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네이버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을 `16~`18년 두산건설을 비롯해 기업들로부터 160억대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네이버는 40억대의 후원금을 내고 제2사옥 건축허가를 받는 등 특혜 의혹을 받았다. 당시 네이버는 서울청 조사1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 ‘정기조사’라는 입장이었지만, 중부청 관할에 서울청이 교차 투입되며 ‘준 특별조사’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현대오일뱅크도 기름값으로 국민들이 힘들어 할 때 임직원 성과급 1000%를 지급하며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을 받았고,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환경부로부터 폐수 무단 배출과 관련해 사상 최대의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는데, 이후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특히 관할인 대전청이 아니라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서울청 1국에서 나서며 교차 조사로 진행되면서 '구설기업'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관련한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도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정치적 세무조사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했다. 국세청은 비속어 논란 전에 시작된 세무조사라고 해명했지만, MBC가 ‘김건희 7시간 통화’, ’나랑 우리 아저씨는 안희정편’ 등의 보도,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민간인 동행 전용기 탑승 논란 등을 보도하면서 밉보였다는 점이 결국 세무조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샀다.

이 외에도 세금 환급 서비스를 하는 삼쩜삼의 회사 자비스앤빌런즈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매출 300억대의 회사에 서울국세청 조사2국이 나서 자료 예치형식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진행중이다. 세정가에서는 삼쩜삼의 외형이 세무서 조사과 사이즈라 할 수 있는데 지방청 조사국(500억 이상~)에서 맡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형 세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삼쩜삼과 관련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슈와 불법세무대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 등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국세청 세무조사 소식이 더욱 빠르게 번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이자 장사로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의 ‘돈 잔치’ 지적 이후 금감원이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에 착수했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도 금리 담합과 관련한 조사를 벌였다. 게다가 국세청도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압박을 더 하고 있다. 잇따른 사정기관들의 조사 속에 기업들은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국세청은 세무조사권이 ‘정치적 조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상황에서, 연예인, 웹툰 작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국민, 기업, 정부가 모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는 남다른 지위와 제도 인프라 덕분에 고수익을 누리면서도 헌법상 납세의무를 무시하고 지능적으로 탈세하고 있다”면서 연예인, 웹툰 작가, 운동선수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게다가 웹툰 ‘외모지상주의’를 그린 박태준 작가의 회사인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여신강림’의 야옹이 작가 등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탈세 논란 작가’로 시선을 끌었다. 언론에서는 이병헌, 김태희, 권상우, 이민호 등 국내 톱스타들의 세무조사 소식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특정 매체에서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연예인의 조사 여부가 집중 보도되는 점을 지적하며 세무공무원에 의해 과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감사를 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정기관의 표적 수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세청은 역사적으로 배웠고, 지난 정부에서는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잘못을 뉘우쳤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국세청의 공정한 칼날이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위험 속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탈루 혐의가 명백한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할 뿐”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쌍방울, 신한은행 등 대북 송금, 성과급 잔치 등 부정적 국민 여론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릴레이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별 개별납세 정보는 말할 수 없지만, 언론에서 기업에 대해 세금탈루 부분이 나오면 검증을 할 수 있고, 이후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사회적 논란이 있다면 세무조사 타깃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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