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국민들이 함께 감시하는 탈세 감시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공정세정과 성실납세 구현을 위해 탈세제보를 접수받고 있다. 특히, 탈세제보의 활성화를 위해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는 ‘탈세제보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자가 막상 탈세제보를 하면, 자신이 제공한 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얼마나 추징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왜 그럴까.

문제는 국세청의 ‘비밀유지’ 조항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에는 비밀유지 조항이 있는데,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나 업무상 취득한 자료를 누설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 탈세제보 처리 과정은?

탈세제보란,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탈세 사실을 구체적인 증빙자료와 함께 탈세 혐의자의 인적 사항을 육하원칙에 따라 과세당국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접수된 탈세제보는 전자시스템에 등재되고, 7일 이내 접수됐다는 안내문을 제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국세청이 제보를 접수받은 이후 60일 이상이 소요될 경우에는 ‘중간통지’를 해야 하며, 포상금지급처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탈세제보 처리결과 통지를 하게 된다. 만약 접수된 탈세제보가 중복 제보일 경우에도 국세청은 제보자에게 처리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이렇게 접수된 탈세제보가 모두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보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탈세혐의를 입증할 증빙이 첨부되지 않으면 ‘누적 관리자료’로 별도 관리하게 되고, 제보내용이 구체적이고 증빙이 첨부됐다면 ‘과세 활용자료’로 분류돼 세무조사 등에 활용된다.

이렇듯 결과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자료에 의해 탈루세액 등이 5000만원 이상 추징돼 납부되는 등 지급요건에 해당해야만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모든 세무조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탈루사실을 제공받는다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 탈루세액 추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중요자료를 제공한 제보자에게 탈세제보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 탈세제보 결과조차 알 수 없는 A씨…법원 소송까지 갔지만 ‘비밀유지’조항에 막혀

A씨는 국세청에 탈세제보를 했지만 자신이 제보한 자료가 세무조사에 활용됐는지, 얼마를 추징했는지, 전혀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국세청의 처리결과통지가 오지 않아 경찰과 검찰에도 신고했지만 국세청에서는 법정에서도 관련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 A씨는 법정을 오가면서 추징금이 적게 부과된 것을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국세행정이 떳떳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제보자인 당사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물론, 제보자의 신원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것처럼, 피제보자의 과세정보도 비밀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2003두11455)에 따르면 피제보인의 수입탈루금액, 추정세액 등 구체적인 조사결과 자료는 과세정보에 해당해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에 탈세제보와 관련한 불복사례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과통지를 받고 난 후 제보자가 국세청에 포상금지급신청을 했을 때 지급거부처분이 내려진다면 이에 대해 90일 이내에 불복 절차(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국세청 심사청구)를 밟을 수 있다.

국세청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15~`19년)간 포상금 관련 불복 건수는 `15년 15건, `16년 21건, `17년 35건 `18년 158건, `19년 6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기간에 감사원 심사청구는 37건, 국세청 심사청구는 23건, 심판원 심사청구는 236건이 접수됐다.

특히 탈세제보 관련 심판청구를 확인해보면, 대부분이 각하 또는 기각되면서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제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국세청이 제보자에게 탈세제보포상금을 지급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까지 갔던 수많은 탈세제보 관련 소송들도 ‘탈세제보 시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실관계가 기재된 형사판결문과 법인등기부등본만을 제출하였지만, 이는 탈루세액 산정에 직접 관련되거나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서 국세기본법이 규정하는 중요한 자료에 해당한다’는 등 제보자의 손을 들어준 케이스(대법원 2017두53804)도 존재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불복 절차를 밟기에는 제보자에게 너무나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A씨의 경우에도 수년 전에 탈세제보를 접수했고, 피제보자가 세무조사로 인해 수억 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탈세제보결과통지서를 받아보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포상금 지급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세청에 항의했지만 A씨를 납득시켜줄 만한 설명은 단 하나도 듣지 못했다. 바로 ‘비밀유지’ 조항으로 인해 어떠한 사실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이 되돌아왔을 뿐이다.

A씨의 경우에는 피제보자가 세무조사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통상의 제보자라면 국세청이 탈세제보로 인해 세무조사를 했는지조차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를 추징했는지, 공정하게 집행됐는지, 전관예우로 인해 세금을 깎아준 것은 아닌지, 제보자의 입장에서 탈세제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법원에 소송을 걸어도 국세청에서는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될 뿐인 상황이라는 것이, 수많은 탈세제보자로 하여금 국세청과 국세행정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 뿐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비밀유지 조항은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좋은 방패막이 되어줘서 ‘맹탕국감’이라는 오명만을 남기고 있다. 이에 국민들로부터 투명하고 정의로운 국세행정의 인식을 심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과세정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비밀유지 조항을 뜯어고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접수된 탈세제보자료는 1만777건으로, 전년 이월 8056건을 합하면 총 2만5833건이었다. 이 중에서 1만9903건이 처리돼 1조466억원의 세금이 추가징수됐다. 이 중에서 372건에 대해 총 149억5200만원(건당 4000만원)이 포상금이 지급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에서는 “국세기본법 및 관련 법령의 비밀유지 조항에 의해 탈세제보의 처리과정이 제보자에게 충분한 수준으로 제공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국세청은 훈령인 '탈세제보자료 관리규정'에서 탈세제보의 접수, 처리와 관련한 세부적인 절차를 가능한 한 명확히 규정하고자 했다”며 “특히 탈세제보의 처리결과 등 제반 통지 사항과 관련해서는 해당 통지 여부를 반드시 기록하도록 해, 제보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필요 최소한의 정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발견 즉시 개선해 제보자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탈세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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